나는 올드 맨 지못미 얘기를 해주겠다.

오늘의 이야기는 올드 맨 지못미입니다.

뉴저지에서 돌아오면서 george washington bridge에서 버스를 탔다. 내 옆에는 두 명의 시끌시끌한 히스패닉 청년 둘이 탔고 버스는 대체로 왁자지껄했다. M5버스는 내려오다가 중간에 한 번 쉬는 시간을 갖고 기사 교대를 하는데 그 때 마침 한 올드 맨이 차에 올랐다. 그는 왜소한 체격에 백발이었고 뭔가가 잔뜩 담긴 비닐봉지를 부둥켜 안고 있었는데, 슬쩍 돈을 안 내고 타려다가 걸려서 결국 돈을 내고 앞쪽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잠시 후, 실로 가공할 만한 엄청난 향기가 나기 시작했다. 온갖 더러운 것이 폭력적으로 부패하는 듯한 냄새였다. 그 냄새는 금방 탄 올드 맨에서 나오고 있었다. 승객 전원은 얼굴을 찌푸렸다. 두 히스패닉 청년은 온갖 욕을 하며 못 참겠다고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그 중 한 명은 화가 머리 치밀어 올드 맨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뉴욕에서 물도 꽁짠데 안 씼냐’ ‘빨리 내리라고 뭐뭐뭐야’ (여자친구와 통화하며) ‘이 뭐뭐뭐야 내 여친도 내리라잖아’ 좀 심하긴 했는데 승객들 전부 너무 심한 냄새 때문에 괴로운 나머지 키득키득 웃기만 할 뿐 말리거나 하지는 않았다.
급기야는 기사가 차를 세우고 스프레이 캔을 가져오더니 차 안팎으로 골고루 분사했다. 한 30초쯤 라벤더 향이 냄새를 덮었다. 청년은소리쳤다 ‘good job mister driver. just DRIVE N’ SPRAY. don’t forget, DRIVE N’ SPRAY!!’ 하지만 곧 냄새가 다시 진동했다. 더욱 구역질나는 냄새였다. 창문을 모조리 열었지만 좀체 없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점점 심해졌다. 정말 그것은 건강과, 내 인생과 인류 평화를 염려케 하는 향이었다. 두 청년들은 곧 올드 맨을 차 밖으로 던저 버릴 기세로 한시도 쉼없이 욕설을 퍼붓다가 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잠시 후에 탄 젊은 여자는 내 옆 자리에 앉자마자 oh my god을 대여섯 번 반복했다. 내가 친절히 설명해 주었다. 그 사이 기사는 다시 한 번 차를 멈추고 DRIVE N’ SPRAY를 했다. 다들 고통으로 떡실신한 상태에서도 상황이 너무 웃겨서 키득거리며 고통을 나누었다. 나는 이모댁에서 잘 때 입었던 티셔츠를 가방에서 꺼내 코와 입을 막았다. 옆의 여자도 목도리로 똑같이 하더니 좋은 아이디어가 있다며 가방에서 샤넬 no5를 꺼내 내 티셔츠에 뿌려 주고 자기 목도리에도 뿌려 다시 코를 막았다. 그 올드 맨은 왜 그렇게 냄새가 났을까. 사람이 단순히 씻지 않는다고 저런 냄새가 날까? 아니면 뭔가 구리구리한 것을 몸에 끼얹었거나 부둥켜 앉고 있는 가방 안에 오물이 들었거나..

  1. 마멍

    뭡니까 이런 오픈엔딩 스토리….

    비닐봉지에 뭐가 들었는지 알고싶었건만

  2. dARTH jADE

    대학교 때 내 친구와 방을 함께 쓰던 중국인 유학생의 발냄새보다 더하군요..

  3. NINA

    혼자 막 키득거리고 웃으면서 읽었네요.
    상황이 막 상상되면서.. 나름 재밌는 추억이 되셨겠어요.

  4. 역시나그렇게

    마멍 : 나도 모르는걸 어떡해..
    darth jade님 : 발냄새임을 알 수 있는 그런 판별가능한 냄새와 댈 만한 것이 아닙니다.
    nina님 : 아직은 냄새나는 추억이고.. 한 사흘 지나보면 알겠죠.

  5. 카방클

    처음에 그림만 보고 “헉 버스테러인가!”라고 생각했다는..

  6. 마말

    안습이로다…

    늙을 수록 자기관리 더 철저하게 하라는 말도 있던데

  7. 천적

    글쎄. 냄새쪽은 나도 진짜 예민하고 어릴 적부터 관심도 많은 사람인데. 뉴욕가더니 정말 후견이 넓어지는구나. 그래. 부럽다.

  8. 손톱

    저도 작년 여름에 지하철 탔을 때 어떤 할아버지 때문에 기절할 뻔 했어요

    그 할아버지가 아무 생각없이 좌석에 앉아있는 바람에

    그 좌석 한 줄은 텅 비어있었어요

    그 칸 안에 진동하는 냄새 때문에 전 결국 내려서 다음 지하철을 탔어요-_-

  9. 역시나그렇게

    카방클님 : 버스 테러 맞는데요…
    마말 : 집 없는 사람 같았음. 지못미일뿐…
    천적 : 부럽냐….
    손톱 : 우리도 버스 타자마자 내린 사람 많았어

  10. sunho

    오예 샤넬 넘버 파이브, 연락처는 주고 받으셨나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