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괜스레 저렇게는 김괜저(@gwenzhir)의 블로그이오니 잘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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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렌디피티로 고민한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천적이랑 월요일에 columbus circle의 whole foods market에서 밥먹으면서 한 얘기인데.. 세렌디피티가 흔해졌다. 내가 지금 밤낮 싸매고 다니는 에세이에 따르면 세렌디피티에는 ‘종말론적 짜릿함'(eschatological tang)이 있다는데 난 입맛이 없는 계절인지 닳아 무뎌졌는지 우연이 반갑긴 한데 예전보다 덜 놀란다.

예전엔 정말 꼬투리 하나만 우연히 반복되면 친구들을 붙잡고 ‘이걸 봐, 세렌디피티야!’ 악을 썼다. ‘그래서 어쩌라고?’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너무 신기했다. 내가 오늘 생각한 얘기를 너가 한다던지, 아침에 먹은 걸 점심에 또 먹게 된다든지, las vegas 공항에서 학교급식 아줌마를 만난다든지 이런 것들..
그런데 요새 들어, 특히 이번 학기 들어 그런 일들은 훨씬 자주 일어나고 그래서 흔해졌다. 듣는 수업 세 과목에서 다 성 어거스틴이나jeremy bentham의 panopticon, 막스와 푸코와 알튀세와 등등등의 subjectivity 같은게 하루나 이틀 간격으로 무차별 등장한다는 것, 내가 오늘 밤샐 에세이에는 네 군데의 전혀 다른 내 기억의 조각들 및 rodriguez의 글, virgil의 시, 예전에 불의 방이나 네이버 블로그에 썼던 시, 오스깔의 글에 남겼던 댓글 등지에서 일고여덟 송이의 장미들이 작정한 상징연합으로 날 압도하고 있다는 것, 천적이와 월요일에 중식당 suzi’s에서 점심을 먹고 그가 포춘쿠키를 열었더니 ‘여행이 삶의 관점을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라고 써 있는 것, 내가 보고 있는 영화에서 나온 뮤지컬 스코어를 영화를 끄자마자 옆방에서 austin이 기타에 부르고 있다는 것… 이런 것들. 너무 많아서 이젠 친구들을 붙잡고 세상에 이걸 봐 나의 삶은 진정 미라클이야 라고 하지는 않게 됐다. serendipity has lost its eschatological tang. have i killed it, or has it simply, well, fled?

  1. 역시나그렇게

    비공개님 : 어장관리남이라는 표현 정말 명언입니다.. 얽히면 뭔가 있다, 이거는 확실해요. 슬프지 마시고..

  2. 김괜저

    Gather girl the roses..

  3.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4.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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