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께만 해도 분명히 붉은 옷이 많아서 걱정이었는데 인제 푸른 옷이 많아서 걱정입니다. $3에 떨이로 내놓길래 날래 집어온 빨간 티를 입어보는데 빨간 편 내가 거의 낯설더구나요. 사람은 이렇게 알칼리와 산성 중간즈음에 둥실거리는 진동운동을 반복하기 때문입니다. 장롱 문 안으로는 파란 옷들만 보여요. 생각을 놓고 있다가 문득 본다면 빨간색을 도둑맞은 것으로 오해할 수도 있지 않을까..
지난 가을께만 해도 분명히 누굴 만나서 돌아다니든 어디 가서 밥을 먹든 그런건 여기 생활에 안 어울리는 것 같이 낯설었는데 인제 혼자 먹는 밥이 줄어서 걱정입니다. 지난 여름 졸업 후에 서울에서 하루 세끼 약속을 잡고 중요한 사람 행세를 했을 때엔 내가 못말리게 싸돌아다니고 처먹자고 불러내고 했으니 이상한 게 없었지. 저녁을 jenny와 st.mark에 있는 일본 주점 비슷한 곳에서 먹었다.
아까 writing the essay 수업 직전에 천적이랑 통화를 하고, 올 여름에는 면허를 따야지 마음을 먹었다. 차를 몰 줄 아는 천재들이 급 무력화되는 도시라서 필요는 없지만 어디 뻣뻣한 로드트립이라도 갈래면 ‘나 운전 잘은 못하는데 니 잘 동안 여기 쭉 뻗은 길 한두 시간은 몰고 갈께’ 할 수 있을 거 같아서 그런다. 그나저나 오늘 aciman의 책을 구하러 barnes and noble, 학교서점, 도서관, strand bookstore 등을 뒤지고 나서 결국 st.marks bookstore에서 샀는데 그때 같이 believer 이달호도 사서 읽는다. 영화를 주로 다룬 호라 관심있게 읽는데 ‘로드무비란 무엇일까’를 주제로 쓴 글이 좋았다. 결론은 로드무비는 좋다 였다. 참 좋은 결론이다..
한동안 잠잠했던 맥프로 갈망도가 최근 급속 붐업됐음. 영화 편집에 이런 저런 어려움이 많아 내방에 만능 웍스테이션 하나 있었음 하는 불손한 아이디어가 머물게 되었구나. 난 씨네마 모니터도 있고 꽂아넣을 하드도 둘이나 있고 키보드도 준비해 뒀다. 널 맞을 준비는 언제나 되어 있어..
“We should save them for something special. Like.. when the queen of England comes over.”
재밌다 ㅎㅎ
너도 재밌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