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etchy한 소고기를 자꾸 먹이면 민주노총이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부분 정도에서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던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이것이 용감인구와 나 사이에 견뎌야 하는 틈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전통적인 영화를 보면서, 일이 점점 커지는 그 전진과 증폭에서 긴장을 즐기다가 팍 하고 터지면서 될 것 같지 않았던 일이 벌어졌을 때 숨을 내쉬면서, ‘야 참 영화같네’라고 말한다. 사실 세트, 스테이지 규모 이상의 그런 카타르씨쓰를 실생활에서 느낄 일이 많지는 않다. 그래서 그런 극적인 일의 폭발과 감정의 완전연소와 악당의 최후가 영화에서나 있는 것이라고 (애처롭게도) 믿어버린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나는 열사들의 시대에 살았더라면, 45년 8월 14일 새벽 두시쯤까지도 일기장에 「요사이 광복이란 무거운 목표로 탑골 부근에 나선 중딩 고딩들을 보면서 취지엔 어느 정도 공감하면서도 좀더 정조준 필요한 일은 아닐지..」 이 따위 낯부끄러운 모더리즘으로 일관코 있었을 위인이다. 「그런 바람직한 엄청난 일은 영화에서만 있는 것일세」 그래도 올라간 입꼬리를 어떻게 숨기나. 내겐 항상 불순한 <초월가식의 혈>이 흐른다. 저게 뭔지는 상상하고 싶지 않아 설명 생략.
오늘은 자전거를 타고 과천에 가서 형식과 밥을 먹어준 뒤 거기에 자전거를 버리고 학동의 일터로 이동하려는 원대한 계획을 세우고 출발했는데 인덕원에 이르러서 비가 너무 거세진 바람에 어떤 상가 자전거 주차장에 매어놓고 「저자식은 왜 우산쓰고 젖었대」하는 눈총을 받으면서 과천까지 버스로 갔다. 즉 나는 사실 인덕원까지 가서 버스 탈 거였으면 과천에선 멈출 하등의 이유도 없었을 것을, 과천까지 자전거로로 달릴 생각으로 그곳에 스톱을 계획, 점심약속을 잡았던 것이었다. 근데 또 기가 막히게 아주 몰염치하게도 형식인지 뭔가는 「금일」을 「금요일」로 멋지게 오해, 괜히 과천에 내릴 필요를 만들었던 나의 뒤통수를 아프게 하였어.
초월가식의 혈인건가요 으흐흐 단어가 죽입니다 “그런 바람직한 일은 신파극에나 있을법한 일일테니말일세”
그런 멋진 일은 매직이니 말일세
우리도 좀 봐야하지 않겠어?
당장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