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하고 싶은 것들 있다.

갑자기 하고 싶은 것들 있다. potluck이나 cater로 훈훈하게 파티도 열어 보고 싶고 베이지색 양복 입고 출근도 하고 싶다. 웃기는 테마로 여행도 가고 싶고 무대에 서서 노래 부르는 동안 손이나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해야 될지를 고민해 보고도 싶다.
어제는 딕따와 여랑을 강남에서 만났다. 난 학동 일터에 갔다가 딕따와 먼저 조우해 파리크라상에서 빵조각 몇 개를 먹고 <찡오랑>을사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더니 여랑이 도착했다. 두분 다 오랜만. 딕따는 뉴욕에서 본 뒤 처음이었고 여랑은 신사기모임때 한 5초 본 것이 마지막이어서 어쨌든 반가웠다. 수다 떨다가 학원에서 돌아오는 성희를 만나서 같이 아이스크림 먹고 버스 잡아서 돌아왔다.
오늘 <극장전>을 봤는데 영화 얘긴 별로 하기 싫고, 자꾸 나오는 노래가 느낌이 그래서 그런지 중간 D 음이 계속 머리속에 맴돌았다. 그 음만 계속 휘파람 불고 있었다. 영화 끝나고 피아노에 앉았는데 한 십오 분 동안 아무 생각 없이 그치만 끊기지도 않고 잘도 친 것 같다. D 메이저는 피아노 앞의 내게 제일 편한 화음이고 그 마이너는 비슷하게 손에 신경쓰지 않아도 될 정도의 자유가 주어지는 코드인 것 같다. 난 어차피 항상 아무거나 친다.
오후에 장보러 나가려고 옷을 다 입고 선크림까지 발랐는데 현기증이 나듯 졸음이 이마를 탁 쳤다. 빨간 청바지에 머리에 왁스까지 바른 채로 성희 매트리스에 툭 쓰러져 잤다. 바깥 거실 TV에서는 크라운제이와 서인영이 좋다고 놀고 있는 소리가 들렸다. 한 시간이 없어졌다. 민사고 때도 대학에서도 낮잠을 거의 자지 않는 내가 이렇게 무기력케 스르륵 쓰러진 게 대견하고 놀라웠다.

아무 이유 없는 서너 해 전 원주 피자헛 건너편 뭐 사러간 마멍 바롬 샤워 형식의 먼 모습. 어제 사진첩도 보고 year book, 졸업앨범 등도 가끔 들춰보면서, 인제 오래 된 사진이라고 빛 바라는 법이 없는 시대가 왔는데 서운할 법도 안 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1. camus

    ㅋㅋㅋㅋ 합성같애

  2. 김괜저

    참 오래됐다..

  3. 천적

    ㅎㅎㅎ나 기말 끝 ㅠㅠ 이제 새로운 세계가 기다리고 있다@@

  4. 김괜저

    야호……. 한학기가 더 지나야 들어온다는거

  5. 쥰_

    어머나 익숙한 길.

  6. 김괜저

    살기 좋은 원주.

  7. siyu

    옷색깔이 다른건..학년 표시인가요??ㅋ

    훈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