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부터미널 근처 인턴 사무실에 오늘 처음 다녀왔다. 인제 여기를 일터1로 부르고 학동 사무실은 일터2로 부르겠다. 전체적으로 좋은 인상을 받았다. 대표님과 다른 분들 전부 인상이 매우 좋았고 앞으로 해볼 일들도 되게 기대되고 그렇다. 신이 났는지 날이 이렇게 더운데도 3호선으로 압구정까지 올라가 역에서 로데오로 또 걸어가 옷을 좀 샀다. 그동안 명동에도 두 차례나 갔고 안양 강남 분당 등 쇼핑을 많이 갔었지만 뉴욕에서 살 수 있는 것들 생각에 티셔츠 하나도 사지 않았지만 오늘은 tommy hilfiger의 그라데이션 피케 셔츠를 하나 사고 이어서 내가 친구들이랑 있을 땐「별로야 딴데 가자」하면서도 꼭 몰래 위층 him 매장에서 한두개씩 사는 지오다노에서가벼운 여름 자켓도 하나 샀다.
또 구질구질한 옷 얘기로 새는데.. 우리나라 브랜드 중에서 형식적으로나마 한두개 좀 사서 옷장에 끼워넣고 싶은데 참 정이 안 가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 디자이너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우리나라 패션 회사들과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닌가. 가격대가 높아질수록 옷의 제품적인 질도 높아지고 감각도 높아져야 되는데 우린 원단만 좋아진다. 중저가 브랜드에 최고급 원단이나 매무새는 바라지도 않으니 싸게 사서 짧게 기분내고 넘기거나 처박을 수 있는 감각있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사실 그래서 그나마 국내 브랜드들을 보려고 명동에 갔던 것인데 어째 시원치않다. 작년말부터 그나마 눈여겨보는 곳이 < Codes-combine > 정도인데, <마루>와 < noton >같은 변변치 못한 이 회사의 다른 작품들에 비해 그나마 모서리가 좀 살아 있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물론 어느 나라 중저가 브랜드가 그렇듯 가끔은 눈에 띄게 카피에 의존하고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낯이 뜨거워지는 어설픈 복제는 면하고 있고 별로 들키고 싶지 않은 로고나 기타 아이덴티티도 내세우지 않는 것이 기특한 노릇이다. 작년에 좀 기대를 하고 보았던 <드레스 투 킬>은 영 한심한 수준이다. 작년에 매우 악평했던 < Buckaroo >는 여전히 내 스타일은 전혀 아니고 브랜드 자체의 경쟁력은 낙제 수준이지만 옷 하나하나를 보면 그래도 존재의미는 있는 정도다. 나머지 중 대다수는 왜 이렇게 넓지도 않은 시장에서 똑같은 옷들로 또는 해외브랜드와 꼭 같은 포지셔닝으로 몇년마다 수십개씩 망해가는 걸까.. 심지어는 같은 회사에서 낸 브랜드들이 같은 타겟을 갈라먹으면서 고전하는 모습도 자주 보인다.
예술로서의 패션이 아닌 시장으로서의 패션은 아무래도 미국만한 곳이 없는데 참으로 모범적인 포지셔닝이 완벽한 곳이 미국 의류시장인 것 같다. 예를 들어 < J.Crew >의 경우 독자적인 콜렉션을 준비할 만한 내공의 창의력은 없지만 그 윗대의 비슷한 성격의 브랜드들과는 또 다른 고유한 정체성을 확보하고 있다. 또 최대 의류 브랜드 총집합기업인 Gap의 포지셔닝은 기가 막혀서 늙지 않은 정장/캐주얼 중심의 < Banana Republic >부터 그 밑의 < Gap >, 시장 최남단의 < Old Navy >가 굉장한 균형을 이루고 있다. Old Navy는 최고로 저렴한 만큼 로고 노출을 꺼리고 평범한 디자인과 빠른 회전으로 제 몫을 다하고, Gap은 주력 브랜드로서 처 많은 점포에 각종 디자이너 이벤트로 저렴하면서도 독창적인 상품들을 선보이고, 셋 중 가장 비싸지만 그래도 중저가 브랜드의 큰 틀 속에 있는 Banana Republic은 (압구정 매장에선 미국내의 거의 두 배 가격..) heritage 라인이니 뭐니 해서 무게는 꽤 잡으면서도 틈만 나면 대폭 할인행사로 손아래 브랜드 구매자들의 쇼핑을 자연스럽게 잇는 식이다. 한 마디로 모두 제 분수를 아는 브랜드들이다. 이런 균형관계에서 벗어나면 브랜드는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이 브랜드들은 분명히 모두 유명 백화점도 시장바닥도 아닌 대형몰에 맞춤된 중저가 브랜드다.
이처럼 미국에서는 중저가 브랜드들 사이에도 섬세한 포지셔닝이 이루어지고 이 포지셔닝은 각 스타일마다 따로 존재한다. 꼭 같은 리테일러의 브랜드들이 아니더라도, 큰 시장이다 보니 이런 세분화는 굉장히 중요하게 여겨져서 서로 고유한 니체를 차지하기 위해 독자적인 방향을 잡는 것이 중요한 요소로 이해된다. 반면 우리나라 의류 리테일링의 문제는 옷이 종류별로는 굉장히 분리된 포지셔닝이 되었음에도 가격적 질적 디자인적 수직 세분화는 혼란스럽다는 것이다. 정장의 경우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는 <캐릭터정장>(지오지아를 비롯한 수많은 표준정장 브랜드)들과 그 위의 디자이너 브랜드들 또는 맞춤정장들, 또 아래로는 동대문급 정장 판매자들간의 간극이 너무 먼 나머지 셋 중 하나로 무조건 정하고 집을 나서야 할 정도로 마음을 단단히 먹기가 요구되는 모습이 되어 버렸다. 물론 가장 큰 문제는 대부분의 직장인들 또 젊은 학생들이 구매하는 캐릭터 정장 브랜드들의 디자인적 차별성이 제로에 가깝고 디자이너 브랜드들은 하나같이 가격이 부담스러워 절충안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무를 썰어놓은 듯 건너다니기 불가능한 시장분리는 정장만의 일은 아니다. 청바지만 해도 <프리미엄인 것> <아닌 것> 이 장벽이 10만원에서 15만원 사이 어디엔가 분명 투명하게 존재하는 듯하다. 그래서 결코 프리미엄진이라고 불리지 않는 많은 브랜드들도 10만원 이상일 만 하다 싶으면 재포지셔닝과 갖은 수로 15만원대 이상으로 튕겨 버린다. 이런 과정에서 <영 캐주얼>층에서 파는 청바지와 <데님 매장><남성복 및 스포츠>와 같은 층에서 파는 청바지는 가격차가 확 떨어져 버렸다.
사실 우리나라식의 <중딩은 중딩패션> <대딩은 대딩패션> <직딩은 직딩패션> <아저씨는 아저씨패션>이 강요되다시피하는 시장배분이 우리나라 사정에 제일 잘 맞다고 말할 수도 있다. 굳이 시장규모와 패션사업의 성숙도에서 비교가 안 되는 미국이랑 비교하는건 간단히 말해서 내가 살 게 없기 때문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우리나라 브랜드에 굳이 관심을 가지려는 노력을 관두면 되는 거지만 아직 그러고 싶지는 않다. 분명히 우리나라 출신 디자이너들은 실력이 있고 좋은 국산 브랜드가 나오면 앞다투어 살 관심 많은 소비자들도 많다. 이것은 분명히 컨셉에서 시작해서 컨셉에서 끝나는 문제다. 시장바닥에 자리 잡고 살만한 구석이 없으면 들어오지를 말아야 한다.
난 왜 이렇게 쓸데없는 얘기를 길게 쓸까
응? 쓸데없는 이야기 아닌 것 같아요 굉장히 핵심인걸.
상당히 날카로운 시장분석이잖아요. 마켓팅도 배우나보죠?
그냥 블로그에 놓아 두기엔 아까워요 어디 기고하면 좋겠네요
저 브랜드들이 좀 반성하고 값 좀 내렸으면..
우리나라는 유통구조가 기형이라,
의류나 신발의 신상품 가격에 재고비용까지 넣느라 비싼거라고 하더군요.
어쨌든 링크신고. 반가워요 🙂
고마워요 반가워요 : D .
정말 선배 말 공감되요!!!!! 한국에서는 ㅎㄷㄷㄷ해서 옷을 못사겠어요
아 그리고 저 남부터미널 근처에 살아요 😛 오면 연락주세요!
나 남부터미널 담주부터 월-금 나가.. 아무때나 언제 보자. 시간 어떻게 나나 볼께
안녕하세요, 패션 밸리에서 왔습니다~
저도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소비자가 원하는 것이 바로 그런 간극을 메우는 브랜드인데 전혀 보이질 않고…
망고나 자라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들이 받는 환호의 배경에도 이런 현상이 얽혀있을지도 모르겠어요.
다만, 우리나라의 유통 구조가 기형인 것은 정말 사실이라… 40~50%를 그저 백화점에 자리세로 지불해야 하는 브랜드/어패럴 회사의 입장으로서는 그 간극을 메우는 것 보다는 그냥 내버려두고 동대문/보세 시장에 전부 맡겨 버리는 것이 매력적인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그들로서는 일종의 모험일지도요… (중저가 캐릭터 캐주얼 브랜드들은 한두시즌 전개하고 망해서 사업 철수하는 경우 정말 많으니까요…)
언젠가 공백을 메꿀 무언가가 나오길, 시스템이 확충되길 함께 기대해봅니다^^
공백이 메꿔지기를^^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고마워요
my marketing prof said that same thing about gap/banana republic/old navy… this country segmenting/positioning/targeting chom jjang in dt
and btw immmm going to that latte place asap arg……having hard time with final cut cuz this damn program doesn’t work on any of the school macs and i can’t work on my pc cuz its so damn slow… when are you giving that lesson 1. water?
야 1. water는 무슨… 마실거였지 누가 물이랬냐-_- classic stage company처럼 한개씩 미션을 주고 완수하면 다음걸 주는 방식으로 하겠음. 부지런히 갔다오고 보고하렴
그리고 final cut은 nyu third avenue north에 지하 컴퓨터랩이 있는데, 거기 가서 $1 학생카드로 긁으면 무제한 컴퓨터 쓸 수 있게 되 있고 따로 production lounge인가 해서 비디오나 오디오 같은 작업 할 수 있게 되어 있어. 거기서 파이널 컷 아주 잘 돌아가고 다 깔려있으니 거기서 하는 게 제일 편할 듯. 게다가 24hours
오 이 글 좋은디-오늘 엠센에서 대답 못해서 미안허다 켜놓고 왔다갔다 하다가 놓쳐부렀넹. 순천은 잘 다녀 왔슴둥 ㅎㅎ
사랑한다 제이크류 ㅠ_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