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괜스레 저렇게는 김괜저(@gwenzhir)의 블로그이오니 잘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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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빗소리를 높인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색상과 소재에 대한 fetish는 대단히 강력하다. 애기같지만 방바닥에 새파란 카펫을 원한다.

오늘처럼 사선비가 땅이 아프게 붓는 날에 3030처럼 밖을 보기 좋은 버스로 이동중엔 빗소리의 단계와 심박의 상관을 이해할 수 있다. 처음엔 쌀 씻는 소리처럼 차분한 마찰음이 귓배경을 채운다. 그러면 나나 우기를 좋아하는 한량은 한물 간 놈처럼 지저분한 유리창에 뺨을 가까이 하고 입을 뻥긋거리면서 속으로 음악을 흥얼거리지만 물잔치에 흥이 안 오르는 보통 승객께서는 착잡한 마음일 것이다. 그런 중에 갑자기 하늘이 탁 터지면서 아기였을 때 파도에 휩쓸렸던 기억처럼 대기의 절반이 떨어지는 물줄기에 밀려 사방으로 흩어지는 잔바람이 되면서 음량을 서너 단계 높인 듯 빗소리밖에 아무것도 들리지 않게 된다. 누구나 이 찰나에는 숨을 확 몰아쉬고 심장이 쿵쾅거리게 된다. 옆 차선으로 놀란 중형차가 굼띤 버스를 제껴가면서 차선의 급류를 촥 하고 눈앞의 창문까지 뿌려주면 강우량이 심장박동수가 된다.
그래서 태풍이 올라오는 날에는 커피를 안 마셔도 되었다. 집에서는 아침으로 미숫가루를, 버스에서는 해양심층수를, 오전에 작업하러 자리 잡은 논현 커피빈에서는 영국식 아침식사를, 오후 작업을 위해 옮긴 압구정 테이크어반에서는 아쌈을, 비가 본격 쏟아지는데 우산이 없어 테이크어반 앞에 버스에 올라타 즉흥적으로 이동한 잠실 롯데월드 무인양품에서는 우롱차를,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던 영화를 다 보고 들어가려고 들른 코엑스에서는 스무디를, 그리고 집에 돌아와서는 호박 된장국을 마셨다. 오늘 진짜 많이 마시긴 했는데 대신 아침에 먹은 메론 말고는 씹은 것이 없다. 아무래도 연신 마시고만 싶은 날이었던 모양

  1. ko-un

    음 상관없는 이야기지만 사주같은 걸 봤을 때 술이라도 좋으니 뭐든 마시는게 좋다더군요… 술이라도 좋다니;; 제가 그렇게 수분부족한 인간이었을까요. 장마 비는 좋아하는데요.

  2. 김괜저

    마시세요!
    비를 사랑하시구요.
    중요해요.

  3. 딖따

    이 글도 참 좋구만

  4. jamsong

    새벽부터 잠이 깨서 보니 비가 억수로 쏟아지고 있더라고요. 엄마도 덩달아 깨셔서는 비오는걸 보시곤 창문을 활짝 여시네요. 울집에서 빗소리가 되게 잘 들리거든요. 학교가기전에 한번 뵈어요, 잠깐 카페에서 커피라도…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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