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용인에 있었다.


용인 에버랜드였읍니다. 장학회 캠픈데 힘을 많이 쏟아서 고단합니다. 작년 요세미티에서와 비교하면 친한 형누나도 많아졌고 훈훈한 분위기에 적응을 했을 법도 한데 재밌게 얘기하고 이것저것 하면서도 몸은 너무 피곤하고 스무 일도 안 남은 한국 생활이 아까운 생각도 들고 직장에서는 계속 불쌍한 타지의 프리랜서를 독촉하고 있다. 현진이와 아이들도 만나야 되고 귀국한 천적이도 보려고 그러고 성우 휴가 나오면 걔도 봐야 되고 하니 어서 집으로 가자.

하지만 재밌었다. 예체능으로 먹고살고 싶으면서 인문 전공이면서 이공계가 절대다수인 장학회에 소속된 포스트모던한 내 상황이 재미있고, 젊은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것이 재미있고, 세련되려는 노력, 날을 세우려는 노력, 전반적으로 내가 원하는 나이려는 노력을 좀 쉴 수 있는 것이 재미있다. 마냥 아마추어해서 실소를 걸다가 시나브로 싫지는 않아지는 그런 재미다.

D300과 토키나 1116으로 사진가 대접을 톡톡히 받았는데 그것도 싫지 않다. 뉴욕이나 애플, 디자인이나 예술 철학 따위의 것에 대한 신비감이 유지된 인구다. 가식도 무가식도 빤해서 그런 게 무척 편했다. 비도 흠뻑 왔고 기념품 수건도 받았다.
장기 공연 같은 쇼를 하는데, 내가 한 설정이나 대본이나 음악이나 연출 이것저것을 추켜세우는 맘 좋은 형님 누님들과 있다가 슬쩍 이름표를 보면 하버드고 옥스포드고 다들 지역 뉴스 자랑감인 사람들이다. 나는 사실 외톨이 노릇 하는 게 좋다는 걸 떠올리면 여기만큼 내가 유별나서 뿌듯한 곳도 많이 없수다.

  1. 마말

    사진들이 간지나는구나. 렌즈의 힘인가.

    특히 gif!

  2. 김괜저

    저거 원래 한 50배쯤 더 멋있는데 용량때문에 멋이 반감되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