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방에 들어왔다.

어제 새 방에 들어왔다. 새 주소는 33 Third Avenue / New York / NY이고 방은 4층 H1호. 작년 방보다 살짝 넓고, 거실은 아주 좁지만 부엌이 썩 마음에 든다. 옷장은 지난해 방 장롱이 walk-in (들어가서 살아도 되는) 스타일이라서 그에 비하면 좀 비좁은 편. 천정등이 없는 것 역시 단점 그러나 내 방 고유 냉난방기가 있고 창문 밖으로 3rd avenue의 밤낮이 탁 트인 전망, 책상 아래 고정되어 있지 않아 움직일 수 있는 서랍, 비교적 깨끗한 카펫과 화장실 등은 마음에 든다. 근데 이런거 다 때려치고, 이제 방을 혼자 쓴다는 기쁨이 과연 폭발하는 화산의 용암처럼 꾸룩거리며 용솟음쳐 외마디 기쁜 비명으로 꺅..
어제 하루 bed bath & beyond에서 NYU 학생에게 10% 할인을 해 준다고 선전하길래 사야 하는 것 중에 거기 있는 것들은 먼저 샀다. 예를 들어 2단 garment rack(키 큰 옷걸이). 작년에는 그 큰 옷장에도 다 못 구겨넣었던 옷을 새 협소한 옷장에 도저히 수납할 수 없을 것 같아 (게다가 옷장 미닫이문을 열면 방문이 가려서 접근성도 떨어진다) 방 구석에 따로 놓으려고 샀는데 일단 만족이다. 정리가 좀 되면 까만 스프레이페인트를 뿌려서 더 고요하게 보이도록 해야겠다. 그 밖에 새 매트리스 커버와 청소용 물휴지, 치약, 바셀린 핸드크림, 전구 여러 개 등을 샀다.
또 하나, 무인양품 벽에 거는 CD 플레이어를 사 와서 걸었다. sigur ros 신보를 머리맡에 틀고 잠드는 기분은 가히 환상적. 여기에 같은 건물이라 햄볶는 st.alps 찻집의 버블차까지 곁들이면 좀 천국인 듯. 이 모든 것은 물론 혼자 사니까..
이것저것 사고, 계획하고, 알아보러 다니고 하면서 bed bath & beyond 2번, container store 2번, 무인양품 2번, crate & barrel, cb2, home depot, whole foods market, food emporium, walgreen’s 등을 뛰어다녔더니 예의 손끝통증과 함께 지난번 무릎부상이 살짝 재발해서 밤에 좀 힘들었지만 혼자 사니까 그런 것도 다 이기겠다.
물통에 자스민차를 밤새 넣어놓았다가 아침에 마시는데 아주 행복했다.
아침에 third north에서 아침 먹는데, 한 신입생 여학생하고 같이 앉게 됐다. CAS라면서 추천하거나 비추할 만한 교수가 없냐고 하길래 비추는 모르겠는데 당근 우리 jennifer quilter샘을 잡으라고 누누히 일러 주었다. 기분이 이상했다. 벌써 입학한 지 일 년이나 됐단 말인가?

  1. 달토

    무인양품 씨디플레이어 드디어 사셨네요. 저도 몇 년 째 눈독만 들이고 있는 건데… 혼자 사시는 것도 부럽.

  2. 김괜저

    저도 처음 나왔을 때부터 눈독을 들였는데.. 150% 만족합니다.

  3. 딖따

    집들이 포스팅을 기대하는 1인

  4. 김괜저

    치우는 게 너무 오래 걸려서 아직 못하고 있음. 현재 태어나서 가장 난장판인 방에서 사는 중..

  5. EggLover

    ㅋㅋㅋ돌고도는 퀼터 추천

  6. 김괜저

    만나는 사람마다 추천해야지

  7. Jean.

    벌써일년,시간진짜빠르지 요새는 너 블로그 들어오는거 재미붙여써 ㅋㅋ

    근데불로그에 노래도 나오게 해봐봐 건조하지 않게

  8. 김괜저

    그럴까
    근데 나는 블로그 들어가면 노래 나오는 거 별로라서..
    방법을 생각해 볼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