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숨을 고른다.

아직 계획했던 방의 모습은 완성하지 못했지만, 일단 당장 내일부터 수업이 시작이니까 눈에 안 띄게 치워만 놓은 상태다. 드디어 바닥의 존재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어제는 블로그를 통해서 만난 인간 001호인 잠송을 만나 저녁+brenner를 먹었다. 서로에게 실존인이 되는 순간이 아주 신기한 경험이었다. 내 글과 그림과 장난과 온라인 소통을 통해서 형성한 김괜저는 나하고 어떻게 다를까? 엄밀히 말하자면 블로그에서 먼저 나를 알고 있던 사람을 실제로 만난 것은 잠송이 처음은 아니다. 11기 님들 특히 지원이 같은 경우가 또 그랬으니까.
뉴욕을 즐기고 있다는 인상을 다들 받는건가? 사실이니까 뭐 부풀려진 나의 한 면(제발 인간 김괜저를 알아주셔요)일 뿐이네 하는 말은 집어치운다. 당연히 내가 블로그에 써 있는 일만 하고 사는 것도 아니고 여기 쓰는 글에 담긴 생각만 하는 것은 더욱 아니지만 괴리감 따위는 아주 없다. 어차피 내게 표현은 자의식이 하는 것이고 자의식은 자아와 판이해도 되는 거니깐. 난 말하고 떠드는 게 좋을 뿐이다.
천적이하고 통화도 하고 메신저도 하고 해서 길게 얘기했다. 사실 어떻게 보면 나처럼 이기적인 우정인도 없는데.. 난 천적이를 아직도 많이 모른다. 난 통증이나 어지럼증을 호소하는 친구에 익숙했는지 천적같이 멀쩡한 친구는 오랜 시간이 지나도록 제대로 이해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호소하지 않는다고 해서 할 말이 없는 건 아닐 것이고 요새는 그래도 예전보다 훨씬 각자 스스로에 대한 얘기를 많이 해 놓는 것 같고 그건 좋은 일이다.
음, 혼자서는 안 되는 것 같다.
비극이 비극처럼 일어나 / 주택공사 로고타입을 덮쳐서 / 이제는 쌀국수를 선택 않게 됐다네 / 아려언한 남국의 향기..

  1. Jean.

    괜저야, 있지 너 있는 주소좀 적어주겠니

    우편번호까지 ㅋㅋㅋㅋ

  2. 김괜저

    뭐 그까짓꺼.. 33 Third Avenue #4H1 / New York / NY / 10003 USA
    뿌듯한 주소이니 마음껏

  3. 딖따

    드디어 바닥의 존재가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222222222

  4. 김괜저

    그리웠던 바닥.. 카페트의 색깔을 나는 모르고 있었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