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웃겼나 보다.

창작(creative writing) 수업이 재미있다. 인원수와 방출열량에 비해 방이 좁아서 옆 사람의 상상열이 느껴진다. 오늘 내 반대편에 앉은 소녀는 화장을 기가 막히게 잘 해서 그녀가 자기가 쓴 작품을 읽고 있으면 계속 얼굴 구석구석을 쳐다보게 된다. 정말 젊으면서도 품위가 있으면서도 깔끔하면서도 신나는 화장을 한다. 또 어떤 소년은 skins의 chris(joe dempsie)와 기묘하게 똑같이 생겼는데 말하는 것까지 그래서 흠칫흠칫 놀란다. 한편, 동혁이를 그대로 가져다가 백인으로 만들어 놓은 것 같은 소년도 있다. 셰익스피어를 하도 읽어서 현대문학에 적응이 어렵다는 소녀는 회갈색 머리가 폭발적으로 매력적이다. 저런 머리색이 어울리는 사람이라는 게 더 신기하다. 그보다 한층 더 밝은 은갈색 머리를 짧게 자른 소녀는 말하는 것이 참으로 똑똑한데 angela featherstone을 빼닮았다. 그래 creative writing 수업이 워낙 화자의 마음을 까발리도록 훈련받는 수업이다 보니 나도 벌써 쓸데없는 진심을 가득 적어버렸다.
오늘 수업에서는 지난 번 숙제였던 <완벽한 단 하나의 문장을 만드시오>에 대한 학우들의 결과물을 서로 공유했는데, 교수님은 내 것을 처음으로 읽어주고는 웃겨 죽겠다며 눈물을 흘리셨다. 웃기려고 한 거였긴 한데 기대한 것보다 너무 아주 더욱 (마치 게스트의 개그에 반응하는 호동처럼) 열띈 반응을 해 주시니까 이거 내가 생각한 웃음 포인트에서 웃으시는 게 맞는걸까 하는 고민이 되었다.
항상 내 또래 여자를 소녀라고 부르니까 쓸 때마다 love interest냐고 질문이 들어와서 귀찮다.
방에다 한 짓은 너무 많고 그 중에는 스스로가 매우 대견해지는 기특한 짓들도 많아서 찍어 올리고 자랑하고 디스를 당하고 싶은데 아직 못 한 짓이 훨씬 많은 스트레스에 그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며칠 전 말했듯이 신발 정리도 착착 진행되고 있고 오늘은 신문 정리도 끝냈다. 그 와중에 책 작업도 마지막 본문 수정을 끝내서 서울의 직장으로 전송했고 아직 그렇게 무겁지는 않아 다행인 읽을과제와다른 숙제도 원활히 돌리고 있으니 일상은 순조롭다.

  1. xmaskid

    뭐라고 쓰셨는지 궁금하네요…^^

  2. 마말

    님하 그 완벽한 문장 공개점

  3. 로르

    저도 궁금합니다.

  4. 딖따

    왜 완벽한 문장 공개 안 하고 그래 치사하게 어서 공개 프리즈

  5. 김괜저

    안 완벽해서 나중에 공개하겠음

  6. 금숲

    기대

  7. 카방클

    공개하라 시위 조성

  8. Lucapis

    공.. 공개를 부탁드려용!!

    독특한 분위기의 소년소녀로 훈훈해진 강의실을 상상하고 있습니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