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놓고 싶다.

예컨데 한두 살 차이에도 꼬박 존대해야 하는 법이 있다면 나는 너무나 불행할 것이다. 내가 양물을 먹어서 그런지도 모르지만 나이 때문에 쉬운 상대가 어려워야 하고 어려운 상대가 쉬울 수 있다는 것은 우스꽝스럽다. 물론 깍듯하면서도 내면적으로 통하는 뭔가를 나눌 수 있는 사이도 있지만 어렵다. 어쨌든 난 친한 동생들과는 반말 했으면 좋겠고 형 누나들과는 사실 적극적으로 반말 하고 있고 격식이 필요한 사이면 동갑이라도 존대한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으면 말 놓자는 말은 안 했으면 좋겠다. 엘리베이터에서 맨날 보는 그녀도 난 계속 존대했으면 좋겠다.
나이나 기수로 예절을 따지는 것이 오랜 문화적 관습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절대적이었던 적도 없을 뿐더러 모두가 받들어야 하는 귀중한 무언가라는 환상도 접어야 한다. 부모는 부모이기 때문에 사랑과 존경이 자연한 것이지 어른이라 주는 것이 아니고 선생은 덕목과 자질을 갖춘 이여서지 아줌마 아저씨라서가 아니다. 인간이 뭍에서 지낼 수 있는 날이 가뜩이나 짧은데 그 동안 서로 뭘로 만들어져 있는지 나와 생각이 맞는지로 사귀지 않고 안에서 이래저래 따지면 피로회복에 나쁘지 않나?
자유에 대한 내 개념이 서양산이라서 전통을 개무시하려는 나쁜놈인가보다 하는 생각을 안 해 본 것은 아니지만 내 자유가 뭐지 하는 생각에서 미국산인 것은 껍데기뿐이고 중심은 이 땅 저 땅 할 것 없는 평범한 말인 것을 알았다. 생각해 보면 원효대사도 홍길동도 자유로웠고 아기공룡도 자유로웠고, 민족이 있다면 이 민족은 다른 민족들과 마찬가지로 매일 짊어지고 사는 복잡한 범절과 사회적 습관들을 뛰어넘어 장난부리다가 훌쩍 떠나는 영웅에 하악하악하면서 살아내려온 것이 틀림없다. 그냥 정신줄을 조금만 놓으면 된다.

  1. xmaskid

    한글이라는 언어가 그런걸 좀 강요하는 경향이 있죠^^ 영어에는 정중하게 말할수는 있는지만, 존대라는…개념은 없잖아요? 나이 먹어가면서 점점 느끼는게, 사람이 나이먹는다고 뭐 더 존경받을만한건 별로 없더라구요…존경받을 만한 사람은 20대라도 30대라도 존경받을 만하고, 영 아닌 사람들은 50대 60대된다고 해도 영 아니고…

  2. 김괜저

    존칭이 있다는 건 좋아해요. 구분에 목숨걸지 않았으면 하는 것뿐..

  3. jacopast

    전 귀찮아서 다 존대. 꼰대에겐 존대가 어울려요.

  4. 김괜저

    맞아요. 좋네요.

  5. 김괜저

    맨하탄이긴 한데 학생이라 기숙사 방이랍니다.
    실세가 어느 정도인지 대략적으로 알고 싶으시다면 craigslist.org 같은 곳에서 리스팅을 둘러보시는 게 빠르실 것 같네요.

  6. 마말

    나이 많다고 어려워 할 필요는 없는게지

  7. 김괜저

    집엔 언제 오냐

  8.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9. 김괜저

    제가 잘 부탁드려요.

  10.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