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괜스레 저렇게는 김괜저(@gwenzhir)의 블로그이오니 잘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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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상업의 뇌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Mita를 보았는데 항상 한결같은 그녀는 나를 간략히 인터뷰하였다. 녹음기를 옆에 두고 말하려니 뜻 모를 소리는 술술 나오는데 영양가 있는 얘기는 하기가 두려워지더라. 나는 그리고 어려서부터 목소리에 콤플렉스가 있었기 때문에 노래가 아닌 내 평소 목소리를 녹음해서 다시 듣는 것이 불편하다. 중학교 때에 필름 슬라이드에 녹음한 음성을 곁들여서 상영하는 것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내 목소리만 유독 낯간지러워서 내내 고개를 못 들었었다. 그 때는 지금과는 또 다른 목소리였다. 방송반에서 아나운서가 아닌 이들도 가끔 방송을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도 나는 한사코 안 한다고 했었다. 지금은 친구들이 내 목소리가 변화무쌍하다고 많이 한다. 가장 기본적으로는 영어 할 때와 우리말 할 때가 다르고, 또 남자들끼리 말할 때와 여자와 섞여서 말할 때와 주위에 다 여자일 때 이 세 가지 목소리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눈치채는 친구는 비웃기 마련이다..
나는 소비재에 대한 기억력이 남다른 편이다. 내가 도무지 알지 않아도 되는 상품의 종류를 많이 상세히 기억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아는 척 하고자 하는 나의 근원적인 욕구에서 비롯된 것도 있지만 천성이기도 한 듯하다. 어제밤 엄마가 가족들이 간만에 다 같이 쉬는 날이라 양재 코스코에 왔는데 지금은 쇼핑을 끝내고 연어 롤을 먹고 있다고 했다. 「아 그 빵에다 생연어랑 치즈 싸서 돌돌 말아서 파는 거?」 응, 아니 네가 그걸 어떻게 아니? 우리 처음 산 건데. 또 아빠가 우즈베키스탄 가시게 되서 여행가방 크게 새 게 세트인 걸 샀어. 「아 그 진한 녹색에 양 옆으로 손잡이 달린 거?」 응, 너 그것도 아네. 비상한 것인지 그냥 쓸 데 없는 관심이 많은건지는 모르지만 같은 이유로 잡지를 읽는 것은 굉장히 기억력이 자극되는 일이다. 옛날에 영단어 외울 때는 같은 걸 그렇게 봐도 안 외워지던데, 왜 품명이나 브랜드명은 토씨 하나 안 틀리고 읽으면 바로 머리에 남을 수 있는 것일까. 아무리 예술을 할래도 나는 상업의 뇌인 것 같다.
긴 세월 흘러서가고 / 그 시절 생각이 나면
못 잊어 그리워지면 / 내 마음 서글퍼지네
내게도 사랑이 사랑이 있었다면
그것은 오로지 당신뿐이라오
-함중아

  1. Jean

    연예인신상명세서는틀리래도줄줄달달외워졌던신화창조의과거가기억난다. 아무리 공부를 할래도 나는 빠순이의 뇌였던 것 같다 ㅋㅋㅋㅋ

  2. 김괜저

    뇌는 특화된다~

  3. 냐스

    흠.. 저도 가끔 핸드백 손잡이 정도만 보고 브랜드 네임을 알아맞추는 신공을 발휘하는데 (자랑자랑).

  4. 김괜저

    뇌 성능이 좋으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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