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김괜저(@gwenzhir)가 〈연애와 술〉이라는 책을 썼으니 잘 읽으세요. 책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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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어도 싼 사람을 살리겠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인권을 가질 유일한 자격은 사람으로 태어나는 것이다. 인권이 어디까지를 포함하는가에 대해서는 논란할 수 있다 그러나 인권이 있긴 하지만서도 인권을 인정할 수 없는 파렴치한 놈이 있다고 말하는 것은 오류이다. 인권은 특권이 아니다. 잘 살면 주는 권리가 아니다.
인권이(라는 것이) 있느냐 없느냐는 사실 판단이다. 현대 사회의 질서는 인권이 있다는 신념에 기초하고 있다. 하지만 인권이 있다는 선언은 엄밀히 따지면 옳고 그름을 가릴 수 없는 말이다. 권리란 있다고 인정키로 한 마땅히 주어져야 할 자격이기 때문에 신념이 있는 한 인권이 있고, 판단이 없는 한 없다.
권리란 자격을 주기로 한 약속을 전제하기 때문에 권리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주기로 약속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인권이란 사람으로 태어난 모두에게 주기로 약속한 것이기 때문에 사람으로 태어난 이에게 인권을 주지 말자고 말하는 것은 사람으로 태어난 모두에게 주기로 약속하지 않았다고 말하는 것이고 결과적으로 그 누구에게도 마땅히 지켜져야 할 자격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수족관에 담긴 금붕어 100마리 중 뚜껑을 열지 않고 한 마리만 말려 죽일 수 없는 이유와 꼭 같다.
살인은 사회적인 현상이다. 부패가 환경적인 현상이듯이.
많이들, 죄에 분노하는 것은 항상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진정으로 죄에 분노하는 사람을 본 지 오래되었다. 죄를 죽음으로 벌하는 사회에서 죄가 덜하지 않을까 하는 것은 보기 좋게 빗나간 착각임이 입증되었다. 결과적으로 21세기에는 17세기에 비해 훨씬 적은 비율의 사람이 살해되고 있다. 살인을 키우는 것은 사람이 가한 죽음이 정당하다는 것을 인정하는 사회이다. 나는 내가 최대한 살해당하지 않기 위해서 죽어도 싼 사람을 살리겠다.
덧. 조선일보의 연쇄살인범 사진 공개는 언론자유를 들어 변호할 수 있는 일이나, 알권리란 시민자치와 복지를 위한 정보수집의 자유에 의의가 있음을 감안하면 이미 검거된 범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것이 국민의 안전과 무관하다는 것이 분명할 뿐 아니라, ‘일반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정보원에서 수집한 보편적인 정보가 아님 역시 감안해야 한다. 공개로 인해 해당 범죄자와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사람들에게 가해질 되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생각한다면 마땅히 그릇된 일이다.

  1. 메이

    한 마리를 말려죽이려고 뚜껑을 열거나 어항에 구멍을 내게 되면 나머지 99마리의 금붕어도 위험해지는 것이구요.

    링크한 지 꽤 되었는데, 이제야 신고합니다. 글과 사진이 훌륭해서 매번 감탄하게 되네요 🙂

  2. 김괜저

    맞습니다.
    반갑습니다.

  3. oldmoon

    저보다 나이는 어리신 것 같은데 생각과 풀어내는 솜씨에 있어선 몇 배나 높으시군요.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경우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라면 ‘인권’ 이라 통칭할 수 없는 것이겠지요.

  4. 김괜저

    고맙습니다.
    그렇습니다.

  5. 카모마일

    공감 하는 글입니다..

    사진이 맘에들어서 얼마전부터 링크해놓았습니다..

  6. 김괜저

    잘 부탁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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