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들은 아주 참 잘 돌아가고 있다. <사회학 이론>이 가장 눈부시다. 화요일은 강의, 목요일은 토론인데 지금껏 한 토론 수업 가운데 얘가 짱을 먹는다. 나는 이론에 강한가부다. 지난학기 <사회학 개론>에서는 가장 기본적인 이론만 긁어다가 페이스북(내가 제일 싫어하는 토론 주제 중 하나) 따위에 열심히 얼기설기 갖다붙여 얘기하는 데 바빴고 무엇보다 대부분 저학년에 반 이상 딴 전공이라 기대할 것 없이 말만 많은 토론이 많았었는데, 이 수업은 워낙 재미있고 권위있고 품위있고 매력있는 할아버지 교수님과 맑시스트 조교도 그렇고 머리도 좀 굵고 조리있게 생각하는 것 좋아하는 학생들이 많아서 토론이 날아다닌다. 지금까지 맑스의 글을 갖고 떠든 수업이 네다섯 개는 되지만 이번만큼 할 말과 들을 말이 많았던 적이 없다.
난 몇 년 전까지는 내가 빙빙 돌려 말하는 버릇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쩌면 그 반댄지도 모르겠다. 난 말이 많긴 하지만 짧은 말을 죽 늘이는 건 잘 못한다. 말이 많은 건 하나하나 책임지지 못할 잡다한 생각들을 한꺼번에 다 뱉어내기 때문이다. 나는 또 정확히 내가 원하는 의미나 느낌을 주는 표현을 찾는 데에 큰 힘을 쏟는 편인데, 내가 단어를 무한정 아는 것도 아닐 뿐더러 우리말과 영어 표현 중에 더 마음에 맞는 것을 반대쪽으로 굳이 옮겨서 말하는 때도 많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의미나 느낌에 접근하도록 길게 수식을 붙일 때가 많은 것이다. 말은 곧 생각이다. 어렸을 때부터 글은 쉽게 써야 한다는 말, 헤밍웨이한테도 들었고 주시경 선생에게도 들었지만, 이것은 아무 짝에도 필요없이 어렵게 꽈서 쓴 글을 욕한 것이다. 복잡한 것에 대해 생각한 미묘한 내용을 초등 권장 5000단어 내에서 한숨에 말할 수 있는 문장 길이로 쓰라는 것은 생각을 간추리고 단순화하라는 소리인데, 그렇게는 못하겠을 순간은 너무나 많다. 물론, 생각나는 대로 쓱쓱 주절주절 쓴 글을 갖고 씨름하면 조금 더 간결한 문장으로 바꿀 수 있고 그건 바람직한 과정이다. 하지만 글에 담긴 생각의 복잡성이나 감성의 미묘함을 모르겠다고 바보같이 얼버무린 글이라고 단정지으면 간단명료한 선언들밖에 믿지 못하게 된다. 그리고 간단명료한 선언일수록, 엄밀히 생각해서는 틀리는 경우가 많다. 「설명할 수 있는 도道는 도가 아니다」—노자
원래 <나는 이론에 강하다>라는 제목으로 쓰다가 지웠던 지난주의 글은 요것보다도 더 눈꼴사나운 자화자찬으로 가득차 있었다. 웬일로 내가 찔렸는지 딴 글로 고쳐 썼었는데.. 오스깔은 오해 없길 바란다.
무슨오해?
왜 하겠다는 자랑을 다 안했나 궁금해 할까봐..
그리고 너 말을 돌려서 하고자 할때 말곤 전혀 돌려서 하지 않아ㅋㅋ
그러게 말이다… 근데 그건 너한테라서 더 그런 것도 있어 너한테 돌려 말하면 안좋더라고.
반면 내 속을 그대로 말하고는 유지할 수 없는 관계도 많지 않겠니
이상하네요 원래 별다른 생각없이 쓰면 어려운 글인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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