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하면서도 그렇고 생각이 쌓이면서 살다보면 예전에는 그저 답이 없다고 여겼던 문제들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 내 답이 생기는 때가 많아 좋지만 한편으로는 어떤 문제들에 대해서는 생각을 말할 기운도 쫙 빠지게 되는 수도 있다. Weber는 문제에 답을 하는데는 객관적이어야 하지만 문제를 정하는 것은 주관적일 수 밖에 없다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 친구가 흥미롭고 중요한 주제에 대해 나와 반대 의견이면 상호간에 팍팍 떠들고 호의적으로 상처주는 재미가 있지만 상대방이 정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될 지도 모르겠는 편협한 질문에 시달리고 있으면 끼어들기 싫어서 그냥 맞장구 친다. 그런데 주위에는 내가 예 아니오하고 싶지도 않은 이런 질문들이 너무 많아서 맥빠진다.
반면 중요한 질문인데 아무도 안 묻는 것도 많다. 「남자가 여자를 돌봐 주어야 된다」 이 정도면 「중국이 티베트를 보호해 주어야 된다」 이상인 불평등의 선언인데 당연하게 받아들인다. 적당한 정도까지만 평등한 것은 곧 불평등이다. 너무 하찮은 질문들이 그릇된 전제하에 답을 묻는데 마치 「한 대 맞을래 두 대 맞을래」처럼 대답하면 손해인 것들이다.
남녀 평등은 중요한 목표이지만 아직 갈 길이 너무 멀기 때문에 당연한 것으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 남자만 군대 가는 것을 정당화하려면 남자와 여자는 국가가 가장 강력하게 요구하는 의무 중 하나를 차별화하여 짊어질 만큼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전제하여야 한다. 군대 문제가 우선적으로 문제시되어야하는 이유는 법이기 때문이다. 법을 전부 바꾸어서 남녀가 동등한 평가와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해도 생활에서 남녀차별을 금세 없앨 수는 없는 법이지만, 법에 이미 차별이 들어있으면 해답이 없기 때문이다.
여자가 군대에 가면 남자들이 홀려서 군대가 망한다는 생각은 다름아닌 지금 군대가 남성전용이기 때문에 성립하는 근거이므로 앞뒤가 바뀌었다. 전력이 약해진다는 생각은 남녀간 차이를 과장한 것으로 남자들 사이의 또 여자들 사이의 체력 차이가 남자평균과 여자평균간의 차이보다 훨씬 크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자가 없는 것이 이로워 남자만 간다고 하는 사람들이 이스라엘은 당장 전투중이니 남녀 다 간다고 말하고 자기폭발할 때가 있다. 여자가 없는 것이 전력에 이로우면 급할수록 남자만 가야지.
군대 때문에 남자에게 돌아오는 손해는 대부분 그 동안의 격리와 중요한 것들의 박탈 군대 안에서의 이것저것 등 단기적인 것들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군대는 사회 전반적으로 남자들이 기득을 유지하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다. 조국이 우리만 지킨 나라가 될 때 나머지 여자들은 자동 이등시민 격이 된다. 게다가 군을 통한 인맥으로 중요한 자리들이 메꿔진다. 남성만 모여 이 년 지내는 군에서 나중에 사회에서 활용될 남성우월주의가 강화되고 당연시된다. 군대 안 간 놈들을 아주 할퀼 것처럼 욕하면서 여자는 ‘당연히’ 안 가지! 하는 것은 그렇게 깔보는 공익이나 면제 받은 사람들보다 모든 여자들을 더 깔보아도 된다는 의미가 된다.
지금 당장 여자도 군대 보내기에 대한 논의가 활성화된다고 해도 내 또래의 여자들이 갑자기 입대해야 할 확률은 거의 없다. 우리들의 이미 정해진 손익에는 무관하다는 말이다. 그러니 피해 의식이라고 몰 것 없이 제대로 생각해 보아야 한다. 남녀는 평등해야 옳다. 현실에서 아주 멀다고 해서 그게 평등이 아닌 것은 아니다. 법에 쓰여 있고 많은 나라들이 똑같이 한다고 해서 그게 바른 것은 아니다. 평등이 싫다면 까놓고 얘기라도 해야지 난 남녀 평등을 생각하지만 군대는 좀 아니지 라고 빼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평등한 의무 복무에 대한 논의는 계속 되어야할이야기 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들이 4~50년 쌓이면 알맞은 답이 정리 되겠지요.
4~50년이면 딸은 안 되겠네요.
평등 의무 복무 전에 군대가 의무제가 아닌 모병제로 바뀌는 게 먼저라고 생각드네요. (우리나라가 아직 모병제를 하기엔 아니라고 할 지 모르겠지만 모병제 논의가 먼저되어야 한다고 생각드네요. 참고로 난 여자고 딸이든 아들이든 군대 보낼 생각이 없답니다. 그 전에 낳아야겠지만~)
징집제를 전제한 글입니다. 당연히 딸이고 아들이고 안 보내는 게 좋지요.
하지만 개념상 평등 복무 논의가 먼저입니다. 의무제건 모병제건 남녀 똑같이 다뤄지는 것이 옳습니다. 남자만 갈 수 있는 모병제로 바꿔도 문제는 그대로입니다.
우리 모두 아들딸 군대 안 보내고 싶지만 그걸 할 수 있는 경제적 여건이 되는 사람과 돈 벌러 갈 수 밖에 없는 사람과의 층이 생깁니다. 아주 일부만 가도 되는 정도로 병력을 줄일 수 있는 획기적인 정세 변화가 있지 않는 이상 저도 징병보다는 낫다고 생각하지만 모병제도 문제는 많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면 가식이라고 가끔 얻어맞는 경우가 있던데 (…) 개인적으로 저는 군대는 저도 절대 가고 싶지 않고 주변 남자들도 절대 보내고 싶지 않은 곳이지만 원칙상으로는 둘 다 보내지 않을 수 없다면 둘 다 가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스라옐처럼요. 가장 좋은 방법은 군대를 징병제로 바꾸는 거지만, 그렇게 바뀔 수 없다면 장기적으로는 여자도 군복무 혹은 비슷한 의무를 짊어지면서 출산휴가 등의 다른 복지 제도도 갈아 엎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보기 시작하면 갈아 엎을 게 한 두 개가 아니긴 한데 (웃음)
이럴 때면 우리의 꿈은 통일이라고 노래 부르던 순진한 초등학생 시절이 조금 많이 그리워져요 🙂 이젠 그건 정말 해답이 안되는 걸까요
징병제 -> 모병제
모든 여자가 현재의 군대에서와 같은 군생활을 해야 한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지. 군대가는 제도를 이렇게 바꾸자는 주장은 물론 군대 자체를 더 많이 바꿔야 하는 것이 당연
그나저나 난 우리의 꿈은 통일이라고 노래 부르던 시절이 조금 무서운데…
앗 이런 크리티컬 오타 ‘-‘ 쑥쓰럽군요
전에 저는 민족반 이 모군과 함께:
“남자만 군대 가는 것이 불평등하긴 하지만 여자들을 군대에 보내는 것 또한 여러 문제가 있을 것 같은데 그렇다고 해서 소위 국가의 의무를 남자만 짊어지게 하는 것은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불평등하니 여자에게는 출산과 양육의 의무를 지우는 것이 어떨까? 인구 유지를 위해 결혼한 여자들은 애를 두 명씩 꼭 낳게 한다던지.”
“오, 좋은 발상이야. 네가 여자로써 남자만 군대에 간다는 것을 불공평하게 여긴다니 정말 반갑구나. 여자애들이 너 같은 생각을 좀 해 줬으면 좋겠다.”
어쩌고 저쩌고 한 10분 이야기하다가… 여자에게 출산의 의무를 지게 한다는 것은 여자들을 군대에 보내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부작용이 초래될 거라는 결론이 나서 지하철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둘 다 입 다물고 있었어요 ㅎㅎ 갑자기 생각나네요
다행인 결론이라고 생각해. 출산과 비교할 성질이 좀 아니잖아ㅎㅎ
대체 복무를 확대해서 양심적 병역 거부나 여성 평등복무를 해결했음 좋겠어요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은 대체 복무가 쉽다는 편견을 갖고 있지만
그건 복무의 내용을 구성하기 나름인 것 같아요
저도 여자지만 여자는 군대가면 안 된다는 주장을 합리화하기는 어렵다는; 그렇다고 국가에게 모든 군대설비를 여성친화적으로 추가하여 건설하라는 것은 또 그닥 경제적으로 바람직한지 모르겠고; 그리고 생각보다 사회에 필요한 할 일이 많은 텐데 (모내기나 삽질하기도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도 장애인 복지시설이나 기타 국가기관 등등) 그런 곳에 인적 자원을 (남자고 여자고) 좀더 잘 배분하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요. 반드시 총을 들고 2-3년 보내야 국가에게 할 일을 다한 거라고 보는 식의 사고도 이상하고요. 예를 들어 남자들은 정보사 같은 곳에도 가는데 거기는 사복입고 복무한다면서요 (정보기관(?)이라 그렇다던데).
아 제발 군대 얘기 할 때 출산 얘기랑 군대는 힘들다랑 군대 다녀오지 않은 놈은 말하지도 마라 세 가지는 제발 좀 없어졌으면.
네 군대를 바꾸어야 한다는 것에는 대체 복무 확대하는 것도 한몫해요.
나도 위에 생각들이랑 비슷. 내가 만난 이스라엘 여자아이들 경험 들으니까 우리도 충분히 implement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하면 대한민국 20대 여자들도 생각좀 더 하고 살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 선거투표율 제일 낮은 것도 좀 올라가고, 겉모습, 다이어트에만 집착을 덜 할까.
충분하고도 남지요.
와.. 멋있어요. 여자인데라서만 멋있는 거 아니고요 평등하게 객관적으로 멋있어요.
형제중에 여자가 없나 보군요.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군대 가는 일은 나라가 망하기 전 까지는 없을 겁니다.
동생 여잡니다.
어디 한번 봅시다.
딸이 없는듯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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