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72시간동안 2시간 정도밖에 제대로 자지 못하고 쉴새없이 짐을 싸고 옮기고 청소했다. 지금은 극적으로 모두 끝나고 뉴저지 이모집. 온몸에 성한 곳이 없다. 손톱은 예술노예처럼 피아노포르테 58시간 연속 친 느낌으로 욱신거려.


이렇게 생긴 손수레를 지난 해 사 놨더니 작년 두 수레 부순 개고생에 비하면 작업 자체는 훨씬 수월했지만 양이 워낙 많고 시간이 너무 짧아서 강도는 더했다. 사실 세간(짐이라고 하기는 너무 대량이다)이 이렇게 많지만 않았으면 창고 임대할 때 무료 제공되는 1회 트럭 용역을 쓸 수도 있었지만 짐을 싸서 내보내면서 차례차례 청소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 또 수작업 강행했다. 운동은 확실히 된다. 잠을 못 자서 그렇지 근육통 오는 게 좀 뿌듯함.
원래는 더 좀 길게 쓸 게 있었는데 막 미뤘다.


어쨌든 학기가 끝났다. 짐 때문에 바빠서 학기말 시험이랑 과제 마무리 한 건 안 썼는데 뭐 항상 그렇듯 시속 되게 빠름으로 지나갔다. 지나고 나면 틀림없이 한순간이다. 이번 학기엔 친구 많이 사귀어서 좋다고 벌써 얘기했지? 다음 학기부터 영국에 가는 Mita와는 짐 싸는 폭풍 중에 짬을 내서 잠깐 거품차를 마셨다. Noah도 텔아비브에서 다음 학기 지낼 것이고 둘 다 나와는 3년이나 지나야 다시 볼 것 같은데 다음 학기는 얘네 때문에 좀 허전함이 있을 것이다.

지난 주 프랑스어 마지막 조별 발표 하던 날, 누벨 바그 발표를 위해 굳이 맞게 차려입은 나를, 강렬한 여인의 복장으로 들어옴으로써 지극한 정상인으로 만들어 버렸던 친애하는 Ben도 이번 학기를 끝으로 졸업이고, 그 밖에 여러 친구들이 없어지면 생각 많이 날 것 같다. 저 사진은 사진기를 안 가져온 것에 한탄하면서 iSight으로 찍었는데, 정말 난 아무것도 아니었다. 이날 저러고 온동네 싸돌아다닌 이 친구는 정말 용자다. 그 옆에 앉으니 내 옷은 파자마로 보인다. 내 다른 친구들 중 우연히 이 친구를 보고 나한테 야 나 오늘 미친놈 봤어 하고 제보해 온 아이도 있었다.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다.
Phoebe : I’m just saying that only a man completely secure with his masculinity could walk around in women’s underwear! I don’t think you could ever do that. (Friends)

  1. 여랑

    눈빛이 ………………..

  2. 김괜저

    멀쩡한 아이야

  3. ko-un

    하아 벤씨 멋져부러요.. 저 탄탄한 팔근육과 다리근육 좀 보라지. 다리 꼰게 너무 요염해서 운동 많이 한 여자인줄 알았어요. 옆모습도 예쁘군하. 옆에 괜씨는 너무 좋아하시는거 아니예요?ㅋㅋㅋ

  4. 김괜저

    암벽등반 챔피언이라서 그래요.
    저렇게 멋있는데 어떻게 안 좋아합니까.

  5. Ayan

    오오 멋져요 피비 말이 맞는 거 같아요

    그러나 막상 보면 재미있음서 황당할 것 같아요 ㅋㅋ

  6. 김괜저

    페미니즘 관련 발표 하느라 저랬던 것이랍니다.

  7. 가갸거겨

    muhahahahaha!!!!! 고져스한 친구네요

  8. 김괜저

    용감해서 고져스

  9. 세주

    난 또 포스트 제목보고 기대하고 들어왔는데 ㅋㅋㅋ

  10. 김괜저

    내 이고가 좀 상했길 기대했나보네

  11. 세주

    해탈의 경지에 이른줄 알았지 ㅋㅋ

  12. dk

    와아- 축하드려요 ;ㅁ; 저는 짐 싸지도 않고 파이널이 코 앞인데… ㅋㅋㅋㅋㅋㅋㅋ 암튼 좋은 여름 보내세요!

  13. 김괜저

    좋은 여름 보내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