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유순하다.

만날 사람도 많지 않고 할 일도 자잘하다. 체중조절은 쉬면서 해야 제맛이라는 판단에 따라 쉬엄쉬엄 산다. 밤새 프랑스식 프레스에 커피 차갑게 우려 놓았다가 오전에 김엄마님과 나눠먹는 재미가 좋다. 자극적인 먹거리를 줄이니깐 양상추 씹어먹는 것도 맛있다. 그런데 배고픈 시간이 많아지면 성질이 거칠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유순해졌다. 요샌 왠지 로션도 바른다. 원래 母子가 저혈압이라 빈혈 비슷한 증세가 있는데 그게 좀 심해져서 작은 충격에도 어질어질하지만 연체류처럼 탄력있게 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돌아다니지 않는 것은 아니어서 어제는 김엄마님 병원 들렸다 나오는 길에 양재에서 만나 인사동에서 점심먹고 또 시립미술관을 관람했고 오늘은 성희가 모처럼 시간이 나서 가족식당에서 점심차림표로 맛있게 나눠먹었다. 방금은 천적이 갑자기 (좀 많이 갑자기) 시간표에 공백이 생겼다고 유우럽으로 여행을 간다길래 마침 여행도 가고 싶고 친구도 보고 싶은 마음에 같이 갈까 했지만 이성을 되찾고 보니 아무래도 너무 촉박해서 놓아줬다. 곁에 구토의 밤을 지켜보고 있다길래 욕 보는구나 싶었다.


다음 학기에 뮤지컬 수업을 듣기 때문에 쫄아서 나름의 준비를 하고 있다. 노래만 하면 된대도 힘을 다해야 할 마당이지만 영어로 연기도 해야 하고 어쩌면 상당한 안무를 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학기초 망신당할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영어로 대사를 하면 한국어로보다도 갑절로 수족이 오그라드는 탓에 그걸 좀 해소하기 위해서 The Glass Managerie

같이 집에 굴러다니는 극들을 소리내 읽는 것을 매일 하고 있다. 또 김엄마님 앞에서 노래 연습하니 재롱잔치가 되니 이것도 나쁘지 않다. 주로 호흡과 <포스>를 지적받고 있는데 지당하다. 사실 지금까지는 내키고 닥치는 대로 아무거나 부르고 놀았는데 이제 정식 교육을 받으려니 아무리 권위없는 대중 뮤지컬 분야라지만 빼어난 곡들로 골라서 해 봐야 하는 부담감도 있다. 드라곤은 전형적인 뮤지컬 창법으로 아주 가 버리면 곤란하다는 조언을 하였고 동감하지만 그거라도 잘 하면 얼마나 좋을까. 참 대삼년을 앞두고 신입생처럼 순수한 고민이라니 나도 참 젊다.


옆은 창원에서 놀다 찍은 것 (지금은 저것 빼기 1키로그램 아우 쪽팔려)

  1. 카방클

    뮤지컬!!!!!!!!!!!!!!!!!!!느앍

  2. 김괜저

    괴성

  3. 휴면딖따

    이런 르네상스맨을 추구하는 독한 놈!

  4. 김괜저

    독한 놈 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