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보고 온 두 번째 방은 좀 미쳤다. 집이 아니라 콘서트장이나 클럽에 사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 너무 후덜덜하면서도 너무 끌린다. 거실이 굉장히 넓고 천장은 아찔하게 높은데 조명만 해 놓으면 딱 공연하기 좋게 생겼다. 물론 집주인들은 밴드 사람들이다. 거실에만 드럼이 두 세트, 녹음실도 따로 있고 믹싱하는 방도 따로 있으니까 그냥 스튜디오 겸 공연장이라고 보면 되겠다. 대개 밤에 공연을 끝내고 나서 뒷풀이를 여기서 많이 하는 듯하다. 유명한 사람들도 많이 오니까 눈 돌아가는 성격이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쉽게 잠에서 깨는 스타일이면 더더욱 안된다고. 말이 필요 없었다.
오히려 학생이면 여기 살지 말라고 말린다고 그랬다. 지난번에 있던 아이는 나보다 한 살 위인 대학생이었는데 거실의 화사하고 몽롱한 세계에 푹 빠진 나머지 한 학기를 허공에 420 연기와 앱생뜨 기운으로 날려버린 뒤 후회하며 소설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방글라데시의 절로 들어갔다고 한다. 한편 내 방이 될 수 있는 공간은 기하학적으로 복잡하게 생겼는데, 침대 부분이 계단 위로 올라간 복층 구조다. 아래쪽에 책상과 선반 등을 놓고 자전거도 들여도 충분할 정도의 공간인데 위층도 침대 두 개가 앞뒤로 올라가 있을 정도로 넓어서, 또 워낙 천장이 높기 때문에 위에서만 살아도 좋을 정도여서 정말 대단히 매력적이다. 대여섯 명이 같이 죽치고 놀아도 널찍할 정도고 안에서 아무리 떠들어도 밖의 파티에 항상 캐발릴 것이기 때문에 모여 놀기 정말 최적이다. 건물은 비밀번호 있는 큰 데라 안전하고 서쪽동네 아래쪽인 위치도 학교에서 걸어다닐 만 한 거리인 데다 내가 좋아하는 가게나 커피집 밥집들하고 아주 가깝다. 미친 것만 빼면 정말 딱인 방이다.
오늘 연락이 된 민선 누나 역시 방 때문에 고민중이라고 했다. 같이 살 방을 도맡아 구한 친구가 좀 억울한 곳을 구해 줬다는 내용이었다. 얘기 들으면서 왠지 더더욱 환상적인 방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주말에 300명 400명씩 와서 파티하기도 한다는데 계란판이라도 붙이고 살아볼까.
ㅎㅎ 아 정말 형님한테 괜찮을 방일 듯
놀러갈께요 근데 아마 이미 누가 채갔을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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