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괜스레 저렇게는 김괜저(@gwenzhir)의 블로그이오니 잘 읽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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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호화 불행이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지갑을 두고 내렸다 젠ㅋ장ㅋ. 뉴저지에서 새 방(무지 좋다)으로 짐을 옮기기 시작하려고 야심차게 양쪽에 가방 둘씩 메고 버스에 탔다. 옆자리를 짐이 차지하고 있었는데 곧 버스가 만원이 되어서, 새카맣게 입은 수염유대인 뚱보남에게 (기분 때문에 묘사가 부정적) 그 자리를 주고 내가 가방을 전부 무릎 위 아래에 앉고 오느라 경황이 좀 없었던 것도 같다. 「(병신아) 어떻게 버스에 지갑을 두고 내립니까?」 고객센터 양반 말이 틀린 건 아니어서 가만히 있었다. 두 양반은 Au Bon Pain 데니쉬를 먹으면서 서로 경쟁하듯 자기가 더 해 줄 수 있는 일이 없다고 했다. 버스는 이미 바로 돌아서 딴 데 갔고 기사가 버스를 세우고 지금 봐 줄 수가 없대. 그래서 결국 번호를 주고 기사가 한 번 세우고 찾아 봐 준 다음에 연락해 주겠다는 말만 받았다.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나이 지긋하고 표정이 천사같은 아저씨가 옆에서 듣더니 「지갑을 잃었으면 돈이 없겠네요 이거라도…」 하면서 $20 $20을 꺼내서 건네 주는 것이 아닌가… 나는 미처 「정말 안 그러셔도 되는데」라는 말을 끝내기도 전에 덥석 받고 말았다. 옆에서 개새끼가 「이야 너 지갑에 원래 있던 것보다 많겠다」 라며 웃었다. 「지갑 찾으면 나 $20 줘도 되겠네」 어쨌든 돌아갈 차비가 없어 걱정이었는데 여유롭게 됐다. 민망하게 전화 돌려서 나 병신이니까 돈 좀 꿔 줘 하지 않아도 되니 얼마나 행운.
그래서 나는 아무렇지도 않게 습관적으로 사과 크로아상이랑 헤이즐넛 차가운 커피를 사 먹고, 역 바로 옆 은행에 가서 카드를 일단 막아 놓고 임시 카드도 받았다. $2 전화카드 사서 집에도 전화해 한국 계좌 신용카드 역시 막아 놨다. 하늘이 나 고생 좀 하라고 만든 일일 텐데 너무 여유만만이다. 마침 짐 옮기는 중이었기 때문에 여권도 있어서, 계좌 관련해서 아무런 지장도 없었다.
오늘 지갑에 사실 소홀했었다. 심적으로 가장 잃어버리면 안 되는 항목 1등인 카메라도 (렌즈 전부에 관련부속일체 그리고 서브 컴팩트까지) 왼쪽에 메고 있었고 오른쪽엔 맥북이 두 개나(와…) 든 새 가방이 있었기 때문에 이 전부를 통틀어 지갑이 그나마 잃어버려도 타격이 적은 놈이었다. 딱 $40 정도 들어 있었는데 천사 덕분에 금전 손실도 제로, 학생증 사진도 마음에 안 들었던 차에 새로 좀 만들 기회도 생겼고, 지갑도 아부지가 준 비싼 지갑은 집에 있고 대신 쓰던 돈클립이었기 때문에 그나마 괜찮다. 좀 아까운 건 합치면 커피 네 잔 쯤 마실 수 있는 도장쿠폰 대여섯 개와 American Apparel 매장 크레딧 $35. 어쨌든 내가 얼마든지 대신 잃어버렸을 수 있는 카메라나 컴퓨터 아니면 적지않은 욕이 나오게 했을 여권 등이 아니어서 불행 중 큰 다행이다. 물론 그래도 찾는 게 당연히 더 좋지요. 난 지금 뉴욕타임즈 건물 1층 Dean & Deluca에서 차가운 홍차 마시면서 이거 쓰고 있다. 뮤지컬 책과 잡지도 있어서 심심할 것도 없고 심지어는 스프레이페인트 두 캔까지 있다. 와 초호화 불행이다.

  1. sohm

    ㅎㅎㅎ호화판불행 토닥토닥

  2. 김괜저

    그스그스

  3. Oscar

    뉴욕에도 천사가 다….

  4. 김괜저

    원래 좀 혼잡한 데 있지 않나?

  5. yech

    아깝..

  6. 김괜저

    용서하면 연락해

  7. 고기딖따

    지갑은 원래 아무리 돈이 없어도 잃어버리면 찜찜 찜찜한디… 토닥토닥222 곧 보자 내가 맛있는거 사줄게 단, 안내는 니가 하면. 낄낄

  8. 김괜저

    갈비찜 먹고싶다

  9. 당토

    천사를 만나셨군요 +ㅅ+)b

  10. 김괜저

    명함이라도 받아놓을걸…

  11.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12. 김괜저

    당연히 낫지… 어쩌다 그랬냐

  13. Wizard King

    정말 다행이군요. 근데 「이야 너 지갑에 원래 있던 것보다 많겠다」라니….

  14. Lucapis

    불행중 다행이군요 ;ㅅ; 그런데 선뜻 돈을 건넨 그 분은 정말 천사!!

  15. 양양

    세상에, 정말로 천사가 있긴 하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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