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말이 짧았다.


Pickle by Bob McNamara

주말에 가속이 붙는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이렇지는 않았는데 요번 주말은 하루치도 안 될 양 짧았다. 내 주말은 목요일 점심에 시작하기 때문에 한 주의 정확히 절반인데,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속도 내면 곤란하지.

— Chuck Berry : Maybelline

언젠가부터 메신저는 정말로 재미없어졌다. 옛날엔 메신저에 신경을 뺏기는 일이 잦았는데 요새는 일부러 메신저에 집중해보려고 해도 싫어진다. 차라리 재밌는 것에 꽂혀서 딴짓하는 것은 후회없다. 별 재미있는 것도 없는데 일이 안 잡혀서 허송세월하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이번 학기 수업 가운데 재미있는 읽을거리를 주는 수업이 많기 때문에 그런 것을 읽으면 재미도 있고 일도 되는데, 그것들은 토요일 오전 정도면 다 끝난다. 월요일 새벽인 지금 시간은 그래서 제일 재미없는 것만 남을 때다. 거의 다 끝나가기는 한다. 프랑스어로 작문을 하는데, 내용이 재미있기 때문에 (과부들만 사는 마을에 대해 지어 쓰는 것) 금방 썼지만 이제 고쳐쓰기를 하려니까 짜증이 넘실댄다. 고쳐쓰고 싶지가 않아요.
점심쯤에는 Catrina가 사회학 연구방법 수업에서 받은 숙제에 대해 물어볼 게 있대서 학교로 갔는데, 도서관 옆 야외 식탁에 앉아서 점심 대신 크레프를 먹었다. 집 앞에도 있고 그리니치에도 있는 크레페리가 워낙 맛있게 해서 그것만 먹다가 Astor Place에 얼마 전 등장한 이동식 크레프장수에게 사먹었더니 영 별로였다. 누텔라에 뭐 섞은 거 너무 티 나고 심지어 물마저 뚜껑 갈아낀 흔적이 역력하다. 그렇게 할 거면 내가 좀 안 먹고 싶은 걸로 바꿔라. 이처럼 맛없는 걸 먹는데 또 옆에서는 두 인도 여학생들이 의학 공부를 하면서 설사에 대한 심화 토론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결국 끝까지 못 먹었던 것 같다.

  1. 마말

    뉴텔라 들은 크레프 먹으면서 설사에 대한 열띤 토론을 듣느라 고생이 많았겠군

  2. 김괜저

    응….

  3. 엑럽

    아 다니면서 그 이동식 크레프 사먹어보고 싶었는데 별로라니 다행이다….ㅋㅋㅋㅋ 디스플레이 해놓은건 그럴듯하더만

  4. Rose.

    추석인데 송편은 먹었어? 이제 할로윈 할때인가? 크크 분장한거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