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다듬어야겠으니 양해 바란다.


촉각을 좀 다듬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어 수업에서는 데카르트 모양으로 완벽한 글을 쓰는 법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극작 수업에서는 막무가내로 형식에 반항하는 것에서 나아가 심장이 있는 것을 쓰는 법을 고민하였다. 창작문예 수업에서는 취급불가능한 자위에 가까운, 쥐뿔도 모르는 부조리에 앞서 비겁하지 않게 정면승부하는 법을 의논하였다. 전부 가진 게 조커밖에 없어서 생긴 문제인데… 어떻게 하면 영혼을 잃지 않고 내가 못하는 걸 할 수 있게 될 수 있을까? 일단 읽을 거나 잔뜩 샀다. 물론 난 아직도 말이 안 되는 것에 눈이 삐었다 그러나 말이 되는 것을 무서워하면 큰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들이 내 걸 ‘이해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같잖고 한편으로는 짜릿한 건데 구더기 무서워하면 안 되겠다. 아무리 천재라도 엄지손톱만한 천재면 어따 쓰겠노. 생식기와 마찬가지로 뇌도 결국에는 한번쯤 남한테도 쓰라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내가 심지어 피츠제랄드를 사다니…

— Marcel Mouloudji : La Complainte de la butte

오늘 오전에는 마침 나의 전 프랑스어 선생님 Jennifer와 현 선생님 Mme Baehler를 동시에 만났다. 담배를 (난 아냐) 피면서 신나게 이런저런 얘기를 했는데 두 분은 원래 같은 교무실을 쓰기 때문에 워낙 친하고 서로 내 얘기도 많이 했었던 모양이다. 어쨌든 나는 둘 중 누구에게 추천서를 부탁할까 하고 약간의 고민이 있었던 게 있었는데 오늘 같이 얘기하니 어차피 거의 두 분이 같이 썼다고 하니 안심이다. 이 선생님들은 수업 밖에서 얘기할 때는 정말 조금도 수준 낮추지 않은 평범한 프랑스어로 얘기해 줘서 뭔가 대우받는 기분이면서도 따라가기 참 어렵다.
어제 얘기 나눈 극작 선생님 Myla는 과연 선생님이셔서 내 사정을 반쯤 말했을 때부터 속까지 대강 파악된 기분이었다. 내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왕창 추천해 주셨지만 일단은 내가 안 좋아할 만한 것들부터 읽고 있다. 예를 들어 Maria Irene Fornes의 단막극들을 읽었다. 불편하고 처절하고, 정제되지 않은 작품들이라 사포처럼 가슴가죽을 쓸어내는 효과가 있었다. 원래는 학기말까지 내야 하는 단막극으로 삼층집에 홍수가 나서 물이 점점 차오르는 내용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건 창작문예 쪽으로 튕겨주고 대신 이사를 가려고 한없이 짐을 싸는 여인네에 대한 말이 되는 내용으로 새로 생각해내었다. 피카소가 되려면 일단 스물다섯 살의 피카소가 되어야 한다고 들었다.
오늘 Cosi에서 잠깐 얘기한 문예창작 선생님 Jonathan에게도 비슷한 내용으로 상담을 하였다. 그는 이미 내 저번 작품을 보고 나의 증세를 바로 알아차린 것 같아서 별로 고민을 얘기할 필요도 없었다. 누구를 모범으로 삼고 애써볼까 하는 주제로 잠깐 돌면서 그는 Stoppard를 나는 Albee를 골랐고 결론적으로 둘 다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는 피츠제랄드와 Graham Greene 광팬인데 전혀 다른 종류의 작가들에 대해서도 정말 굉장한 관심과 사랑과 분노와 걘 쓰레기야가 있었기에 나는 내내 끌려다녔다. 새로 나온 책 비싸서 안 사려고 했는데 할 수 없네…

  1. 월요일

    속으로는 신나지만 그래도 예의상 겉으로는 툴툴거려주는 느낌이 나요. 같이 덩달아 신나는 느낌. 흐흐흐

  2. 김괜저

    겉으로도 신나요

  3. Oscar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크크크크크크크크크크킄킄 동감

  4. 김괜저

    무슨 놈의 동감을 이렇게 하냐

  5. Oscar

    근데 왜 맨날 이런걸로 양해를 바라니

  6. 김괜저

    나 처음 양해 바라보는 건데..

  7. 고기딖따

    침대는 다듬었나

  8. 김괜저

    다듬었다!

  9. 류현

    나는 괜히 시비걸었다가 졌다

  10. 김괜저

    쯧쯧 다음기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