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김괜저(@gwenzhir)가 〈연애와 술〉이라는 책을 썼으니 잘 읽으세요. 책 사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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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루저인데 안쓰럽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Image courtesy of Moonbeam McQueen

안쓰러워 해 줄 줄을 모르니까 안쓰럽다. 독일여자처럼 표현하고 그대로 살 수 있을 만큼이 되는 사회가 아니기 때문에 부러워할 수는 있지만 저 여대생 생각이 저만큼밖에 안 된다고 욕을 붓는 것은 모자란 생각이다. 저 분 대가리를 고쳐야 하는 것이 아니고 남자 선별권 빼고는 빈털털이인 해당사회 젊은 여성들의 전체적인 사정을 문제삼아야 한다. 이건 딴 때처럼 편하게 웃고 그래 지랄한다 하고 넘어가기에는 지나치게 비극적인 상황이기 때문이다. 키는 경쟁력? 맞다. 문제는 경쟁이지 키가 아니다. 여자 얼굴도 경쟁력, 허벅지도 경쟁력이다.
남자들은 본인에 딸린 여자분이 얼마나 업무능력이 뛰어난지 학업성적이 우수한지 부모님은 한두 건 잡고 계신지를 그만큼 걱정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오히려 본인보다 뛰어나면 꺼리는 경우도 많다) 자신이 누군가를 「만나 줄」 권리에 딱히 집착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여자들은 스스로 윗자리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가 심각하게 제한되어 있는 곳에 살고 있기 때문에 (독일도 수백년 앞선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여성총리 여성이것저것 다 있었다 우린 제일 높으신 여자분이 공주님이다) 남자를 골라잡을 권리가 그토록 중요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남자 입장에서, 결국에 남자들이 「골라잡히는가」하면 절대 그렇지가 않다는 것이다. 수많은 남자들과 여자들이 똑같이, 남자가 여자를 이끌어주면서 봉투 갖다주고 따뜻한 밥 받아먹고 하하호호 살다가 남자가 칠팔 년 정도 일찍 죽으면 할머니가 마루에 앉아서 그래 내가 오래 살았으니까 진 건 아니야… 하는 이런 양식의 한심할 정도로 불공평한 사회에 맞추어 살아가려고 각자의 가치관을 돌려끼워맞추고 있을 뿐이다. 나도 빼도박도 못하는 루저 단신임에도 화보다는 상대편에 울분이 가는 것은 동시대 이성에 너무 안쓰러운 사고를 보았기 때문이다. 고만고만한 주위 남자들 중 그나마 고르는 기분 좀 내고 싶은 여자도 슬프고, 골라잡히지 못해서 저 여자를 처단하라는 남자도 딱 고 수준에서 슬프다. 꼭 이런 식으로 양쪽 다 얼레리꼴레리 하면 두 편다 이 새끼는 뭐야 그러면서 마구 밟던데 사이버로 밟히는 건 나름 참을 만 한 것 같애.

  1. 한결

    like

  2. 김괜저

    저 네온사인 like

  3. 한결

    오랜만에 리플을 남기는군.

    여대생이 명품백 때문에 교과서 따로 들고 비싼 커피 시켜 마시는 것에 대한 적대심은 놀랄만치 강렬하고 팽배해있는 것 같다.
    나이에 비해 조금은 얄팍한 가치관보단 오히려 그것에 대한 열성적인 비난이 오히려 비틀어지고 건설적이지 못한 건 아닌가 싶은데,
    loser로써 이 모든 호들갑에 도무지 공감이 가지 않는 건? ㅋㅋ 어쩌면 나만은 객관적이라고 뻥카를 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만…

  4. 김괜저

    호들갑에 공감이 안 가는 건 나도 그렇긴 한데… 뭐든 사람들이 다들 지지리 볶는 걸 가져다가 좀 얘기 키워보고 싶은 거지. 된장도 된장까도 슬픈 현실 때문. 적개심 각각은 하찮지만 다 똑같은 현실 때문인 건 하찮지 않아서…

    Pam: That’s psychotic. Do guys really do that?
    Jim: Well, guys with girlfriends don’t.
    Andy: That’s low, Tuna.

  5. yjhahm

    결국 모든 문제는 구조로부터 비롯되긴 하지만,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의심을 갖고 부정하고 분노하는 것들에 대해
    그 앞에서 그러면 너만 병신된다고 말할 필요는 없는 것임.

    좋은 예로, 키 작은 남자는 루저라고 공중파에서 말할 수 있는 객기,
    그 저변의 사회적 공감대나 무의식을 쪼개어 까발려야 하긴 하지만
    세상이라는게 원래 그렇게 경쟁하게 되어 있고,
    특히 여자들이 괜찮은 남자를 골라야만 하는 특수한 환경 안에서 구축된 신화라고 해도
    가치관을 변화시킬 수 있는 초석은 위에서 가르친다고 되는 것이 아님.
    굳이 나누자면, 아래로부터 군불떼듯 천천히 해야 하는 것이고,
    키 작은 남자는 루저에요. 라는 발화가 이미 비정상적이라는 것이
    점점 더 많은 사람에게 각인되기 위해서는
    그 홍대 여자애를 보며 푸하 하기사 그럴 수도 있지.라고 아는 척하기 보다는
    그녀가 대표하는 한국사회의 괴이한 모습과 그 대안에 대해 발언하는 것이
    훨씬 합리적이고 발전적인 자세라고 봄.

  6. 김괜저

    뭐 대강은 저랑 비슷한 맥락의 말씀인 거 같긴 한데…
    아래로부터 천천히 어떻게 해야 하나요? 난 물질주의 쪽이라 그런지 현실이 바뀌어야 가치관이 바뀐다고 생각하는데..
    키 작은 남자는 루저에요라는 말은 너무 여러 단계에서 다각도로 비정상이라고 부를 수 있기 때문에 그 중 발전적인 방향을 제시하는 것은 의미있고요. 일상적으로 분노하는 것들이 병신이란 건 별로지만 일상적으로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 뒤에 분노할 게 있다는 점은 사회문제를 논할 때 기억해야 옳은 부분입니다.

  7. yjhahm

    내 말은 현실에서 불균질하게 툭툭 불거져 나오는 저런 비정상성에 대한 분노는 전적으로 수긍해야 한다는 것임
    (물론 인터넷과 방송이라는 매체망에 걸러지고 왜곡된 형태일 수 있겠지만)
    쉽게 말해 돌연변이를 잡아 죽인다고 환경이 깨끗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돌연변이로 인해 실제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것도 의미가 있는 일이라는 얘기임

    그나저나 조만간 한 잔?

  8. 김괜저

    오 제가 원래 글에 쓸려던 내용이랑 단어가 겹치네요.
    전 병신이 아닌 건 동의하지만 전적으로 수긍까지는 모르겠네요. 돌연변이를 죽이는 것과 돌연변이 왜 태어나는지 연구하는 건 분명 다른 분야 일이니까… 근데 전 이번 건과 같은 경우에 낳는 족속 기형아면 환경을 문제삼는 게 마땅하다는 말이었어요.

    나 좋은 동네로 이사와서 한 잔 하기 되게 좋은데… ㅎㅎ 이제는 무려 나이도 된답니다

  9. zigz

    맨 보기만 하다 처음으로 답글을=_= 모르는 사람이 말시켜서 미안해요~

    김괜저 참 괜찮은 사람이구료, 비극의 비극스러움을 알아주는 김괜저군은 참 괜찮은 사람이에요. 꾸벅꾸벅(__)

    난 동경에 질투에 반해버렸어요 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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