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병마와 싸우는 정도는 아니다.

잔병치레의 장점이란 아프지 않도록 사는 방향으로 밀어준다는 것이다. 즉 면역이란 생명적인 부분 뿐 아니라 생활적인 부분도 크다는 것이다. 생각없이 살다가 계절 초에 된통 아프고 나니, 코만 훌쩍거려도 「아 지금 아프면 좆되겠구나」 싶어서 덜덜 떨면서 무모하지 않은 쪽으로 생활을 정돈한다는 것이다. 참으로 그런데 어제 뭐 좀 도와 달라는 친구가 너무 귀찮아서 아프니까 꺼지라고 했는데 과연 말이 씨가 되어 저녁쯤 되니까 슬금슬금 병기운이 오르기 시작했다. 천벌이라고 판단, 내일 도와주기로 약속을 잡고 없는 시간을 내어 아홉 시간 잤다. 방이 더운데도 헐벗을 수 없었다. 현재 약간의 기침 증세는 있지만 심각해질 것 같지는 않은 상태. Grounded에서 생강차를 마셨는데 왠지 낭만적으로 병든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생강차는 안 좋아하지만 아플 때는 마실 만 하다.


이윽고 십일월이 꺾이면서 한 해가 급하게 종결되는 기분이 곳곳에서 든다. 여름에 새카맣게 타서 쭉 닫았던 Teany 찻집이 여닫개(shutter)를 올리고 내부공사를 마무리하는 것을 보았다. 내가 아는 한 뉴욕에서 세 번째 일어난 가을이 된다. 아무래도 대학이 젊은이를 잡아 두는 방식이 살짝 너무 강력한 것은 아닌지 싶기도 하다.

— 이연실 : 목로주점
  1. CK

    저도 최근 진짜 아팠는데 건강이 최고에요… 몸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