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고 연락할 사람이 많았는데 휴대전화가 완전히 맛이 나갔다. 집이나 따로 번호를 적어둔 사람에게는 Skype로 전화하고 있고 대부분 친구들은 메신저나 Facebook이 있어서 괜찮지만 적잖이 불편한 것은 사실. 예를 들어 천적이 동부에 온댔는데 내가 무소식이었으니까 뉴욕에는 못 오게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두 주 정도 지나면 딴 나라로 가는 차라 그냥 전화를 끊어 버리고 갈까 하는데 괜찮을까.
가족을 보내고 하루 더 Franklin 가 일류집에 머물면서 TriBeCa 거주의 느낌을 한껏 내었다. 천가게에 가서 아마포 (linen) 세 야드를 끊고 Pearl Paint에서 아크릴 물감 약간과 스펀지붓을 사 왔다. 간단한 공작을 할 것이다. 아침과 저녁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보았다. 하나는 나쁘지 않았고 하나는 굉장했다. 하나는 Whole Foods 빵푸딩을 먹으면서 보았고 하나는 아이스크림이었다. 눈이 녹고 매우 따뜻하다.
저녁 여덟시에 집주인 1인 Jakob의 독일인 동생이 찾아왔으므로 열쇠를 넘기고 짐을 들고 나와 날씨도 좋고 해서 집까지 걷고서야 내 방 열쇠까지 넘겨버린 것을 알았다. 그 와중에 종이 가방에 대충 쑤셔넣은 짐들이 터지고 난리가 나서 사실은 약간 비참하였다. 택시를 타고 다시 돌아가 열쇠를 받고 같은 택시로 돌아왔다. 방의 방열기에서 물이 새어 바닥 나무가 힘껏 일그러져 불쑥 튀어나와 있었고 물바다였다. 물을 치우고 렌치로 방열기를 힘껏 조여 잠궜다. 바닥이 통째로 휘어버렸으니 공사를 해야만 복구되겠다. 나 있는 동안에 다 될 것 같지도 않다. 함께 사는 형제를 통해 집주인에게 알렸다. 휴대전화는 아예 맛이 갔는지 화면(10시간 중 30분 정도만 켜진다)에 연결된 전화기가 아니라고 뜬다.
일단은 고장나지 않은 것들에 집중하기로 한다.
정말 안 죽는 삶이군요
무언가 몰린 날
몰리면 수명연장..
핸드폰이 망가졌다니 낭패로군.
언제 어떻게 만날까요?
도착 다섯 시간 전에 이곳이나 페이스북에 올 것을 통보하면 문제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