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랜만에 학교 다니는 기분이다.

요새는 고등학교를 다니는 것 같은 기분이다. 뉴욕대는 워낙 크고 인원이 많아서 학교라기보다 정규 사회로 보는 것이 적당한데 여기는 백 명밖에 없으니 다들 한솥밥(co-pain)이란 인상이다. 무엇보다 뉴욕에서는 아무도 절대로 남들 있는 곳에서 멍 때리는 법이 없고 다들 뭔가에바쁜 듯한 포즈를 취해야 하는 것이 불문율인데 여기서는 할 일 없냐고 물으면 그렇다는 대답이 자연스럽게 돌아온다. 난 이게 너무 신기했다.
불어 연극반에서 Jean Genet 출생 100주년에 맞춘 극을 준비하고 있는데 거의 무한대로 양식화된 인물들을 소화해야 해서 다들 좀 헤매고 있다. 거의 일본 노극 느낌으로 움직여야 한다.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한편 학교 주간지인 Cinquante-six Insolite 디자인 하겠다고 나서서 첫 작업을 방금 끝냈다.
내일 브뤼셀에 가려고 했는데 닥쳐서 살 기차표가 좀 비싸지 않냐며 주요 인원들이 슬금슬금한 때문에 미룰 수 밖에 없게 되었다. 한국에서처럼 앞뒤 생각 말고 그냥 같이 놀러 갈 만한 사람이 주위에 없는 것은 좀 불만이지만 아직은 team player로 보이는 것이 좀 더 중요한 것 같아 대신 시내에서 이것저것 하는 걸로 해 두었다.


연극과 정치 수업을 통해 한 주에 한 편씩 연극을 보고 있다. 지난 주 La menzogna는 난해한 걸 좋아하는 애들끼리 간 것 같은데도 다들 고개를 저으면서 나왔는데 (게다가 이태리어라..) 어제밤 본 Littoral은 최고였다. 또 극본을 읽고 간 거라 말도 잘 알아듣겠고. 파리 남쪽 외곽 극장인데 나오니 캄캄한데 눈이 막 쏟아지니까 애들하곤 춥다고 엄살 피웠었지만 왠지 좋았다.

  1. 김괜저

    Genet를 위한 자세를 느끼셨군요!

  2.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