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런던이 생각보다 잘 맞는다.


그제 밤 날 좀 고생시키기는 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은 숙소이다. 겉에서 볼 땐 사람보다 쥐나 오소리가 더 많을 것 같았지만 안은 꽤 완벽하게 청결하고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욕조에서 희미하게 염소 냄새가 나는 것이 어딘가 정겹기도 하다. Wandsworth기차역 바로 옆이라 기차를 타는 것이 도심 중 도심으로 들어갈 때 가장 가깝고 적절한 방법이지만 배차 간격이 좀 있기도 하고 어차피 Victoria에서 환승해야 하기 때문에 거의 매번 20분 정도 거리의 지하철역을 이용했다. 동네는 좀 어둑어둑하고 돈내가 덜 풍기는 것이 약간 뉴저지 Weehawken 같은 분위기다. 후추 한 움큼 쓰는 닭튀김집 같은 것도 그렇고 오늘 아침에 먹은 라틴식 아침식사도 그렇고 분위기 만족스러웠다.
그러나 잠깐 분위기 타고 나서 잘 생각해 보면 과연 피할 수 없는 힙스터류 젊은이이기 때문에 돌아다니다 발 멈출 때마다 얼음 커피가 있어야 했으며 프랑스에선 별로 읽지도 않던 Lamineur 들고 다니면서 읽었고 어제 이미 충분히 한 쇼핑(티셔츠, 속옷, 양말, 구두, 선글라스집, 팔찌, 면도크림, 면도 후 크림, 목욕 물비누, 혁띠, 음반 두 장)에 카디건과 우산 따위를 보탰다. 사실 그제 지나치게 고생하고 잠도 몇 시간 못 잤고 그걸 또 보상받으려고 어제 지나치게 싸돌아다니고 돈 쓰고 노느라 잠도 몇 시간 못 자고 해서 몸은 이미 감기몸살이다. 그러나 오늘도 커피집에 앉아나 있어야지 하고 나갔지만 어제 사진 오십장이 RAM의 이슬로 사라진 걸 또 보상받으려고 어제 갔던 곳들은 아니라도 비슷한 개념의 곳들을 추가로 돌아다녔다. 그나저나 커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파리에서 내가 왜 커피를 거의 반 정도 수준으로 적게 마시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런던에 오니까 풀렸다. 난 커피집 여러 군데 도는 걸 좋아해서 한 곳 커피만 죽 마시지를 않는데다 가지고 돌아다니면서 마셔야 할 때가 많기도 하고 무엇보다 커피가 주인공인 제대로 커피집을 좋아하기 때문에 이런 성향에 반대되는 분위기인 파리의 카페들이 아무리 나름 아멜리에하고 크레마해도 좀 별로였던 것이다. 파리로 돌아가자마자 또 베레모 쓰고 싸돌아다니겠지만 런던은 생각보다 나와 잘 맞는 것 같다.

— Davy Jones : Maybe It’s Because I’m a Londoner













  1. Rose

    프랑스는 멋진 프랑스_. 런던은 예쁜 런던-. 그게 내 느낌이었는데.

    빨강색 이층버스가 다니는 피터팬의 나라_.

  2. 김괜저

    정말 시적인 로즈

  3. serene

    아, 런던 사진들 뭔가 아기자기하고 예쁘다-
    커피 생각에 대해선 나도 동감. 그런 면에서 바르셀로나 강.추.

  4. 김괜저

    여름에 갈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