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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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짧고 더운 밤을 보냈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며칠 전 하지를 맞아 프랑스 전역에서 대충 아무데서나 열리는 Solstice d’êté 음악축제가 있었기에 Morgan, 오스깔, 세주, 세주친구와 대충 돌아다녔다. 평소 가던 곳들은 다 닫은 대신 엄한 곳들에서 재밌는 일이 많이 벌어졌다. 초밥 먹는 내내 옆집 카페에서는 한 십인조 쯤 되는 남미계 금관악대가 인도를 막아놓고 숨차 죽도록 연주해 주었다. 또 땀 차는 바라 가는 걸 꺼렸던 UFO에서는 야외 공연에다 문앞으로 맥주탭을 끌고 나와 유례없이 쾌적했다. 저녁의 절정도 예기치 못한 곳에서 벌어졌는데,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기로 유명한 연중무휴 le Truskel마저 문을 닫은 걸 보고 돌아오는 길에 Bourse(구 증권거래소) 앞마당에 약간 좀비돋게 수백명이 시커먼 하우스 음악에 맞춰서 몸을 흔들고 있길래 거기서 다들 좀 같이 흔들었다. 해가 길고 밤이 더우니 이런 거 하기는 정말 좋았다.

— Mano Negra : Paris la Nuit


여름학기를 맞아 새로운 미국학생들이 도착했다. Café de l’Industrie에서 꽤 괜찮은 환영만찬이 있었다. 지금까지 말 붙여 본 애들로 보아하니 지난 학기 친구들보다 무게감은 조금 떨어지는 것 같지만 어울려 노는 재미는 충분하겠다 싶은 이들이었다. 뉴욕대 출신은 반 정도뿐이고 나머지는 다른 대학에서 지원한 것으로 보이는데 그래서인지 익숙하지 않은 종류의 사람이 꽤 있어서 재미가 있었다. Resident Assistance들도 불어를 잘 하는 편은 아니라 다들 나더러 이것저것 물어본다. 아직까지는 우월한 기분을 느끼게 해 주는 일이기 때문에 불만은 없지만 시간이 좀 지나면 귀찮아질 것이다. 오스깔과 세주가 파리에 온 때부터 파리와 프랑스 이것저것에 대해 안내할 일이 자주 있었는데 아무래도 아직은 가르치기보다 배울 때다. 그래서 어제 오늘은 시간 날 때마다 자전거를 타고 안 가 봤던 곳들을 열심히 다녔다. 정해진 기간이 있다보니 탐험이 가빠진다. 서울과 뉴욕에 돌아가도 예전보다 더욱 부지런히 구석구석 다니게 될 것이다. 서울은 너무 넓고, 뉴욕은 너무 지나치기 쉬운 것이 많다. 파리에는 얼마 안 있었지만, 작고 보이는 그대로라 꼼꼼하게 알아가는 것은 비교적 수월했다. 말문만 좀 뚫리면 애착을 붙이기 참 쉬운 곳이다. 난 너무 쉬운 도시는 별로지만 다들 왜 「내가 파리에 있던 시절에」 해쌓는지 좀 알겠다.

  1.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2. 김괜저

    ㅜㅜ 나도!!! 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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