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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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우한 동무를 나열한다.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Pony Swim by Marissa Textor

올 여름에 조우한 남자 동무 다섯 명을 나열한다.

— Marion Harris : A Good Man is Hard to Find

Nick의 경우 지난 가을에 문창 중급워크샵에서 만난 친구인데 골동 전투잠바를 입고 다니면서 시도때도 없이 글 쓰고 또 떠드는 모습이 굉장히 인상깊었었다. 워낙 아는 게 많은 녀석인데 이번 학기 파리에 있는 모양이라 학교에서 마주치고 나서 Popin에서 그제 밤에 다시 만났다. 맥주를 몇 잔이나 비우면서 글 쓰는 얘기를 했다. 웃는 게 왠지 Apatow 영화에 나와야 할 것 같은 친구다.

Josh는 약간 반대 성격의 아이인데 가을 프랑스어 수업을 같이 들으며 알게 된 후 마찬가지로 파리에서 만났다. 한 열두 살 먹은 것 처럼 생겼는데 석사 과정 중이라고 한다. 걸음이 너무 빨라서 얘와는 별로 친해지지 않았다.

Collin은 좀 각별한 경우로 더블린 가는 학사모임을 통해서 알게 되고 키가 워낙 커서 종종 뉴욕에서 눈에 띄는 친구였는데 지난 학기부터 올 여름까지 파리에서 내내 같이 있었다. 교수 François와 셋이 커피 마시러 몇 번 갔었는데, 프랑스어를 순전히 배워 익힌 미국친구 중에서 단연 제일인 몰입도를 보인다. 역시 석사 과정 중인 이 인간은 나와도 만나면 안녕부터 안녕까지 불어만 고집한다. 월드컵 준결승이 있던 날 Le piano vauche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각자의 회심의 걸작 얘기를 길게 했는데 바에 앉아서 종종 버벅거리면서도 불어로만 얘기하는 걸 보면 남들은 좀 웃겼을 것이다.

Evan은 작년 봄인가 재작년 가을인가에 (당시 Cameron이 내 옷 얘기한 걸 생각하니 가을 같기는 하다) 불후의 명강(名講)이였던 사회학 이론 수업에서 친해졌다. 나보다 한 학년 위라 지난학기에 졸업하고 나서 브룩클린에서 법대 다닌다는데 칠월에 파리에 여행을 온다고 연락을 해 왔던 터였다. 나로써는 몇 없는 같은 과 친구이기도 하고 말이 잘 통하기도 하고 해서 꼭 보고 싶었는데 엄마와 성희가 와 있는 데 정신이 팔려서 약속을 제 시간에 잡지 못했다. 그리고 그저께인가 Shakespeare & Co. 서점에 마지막으로 들러 Chronic CityThe Paris Magazine(The Paris Review와 혼동 주의)을 사 가지고 휘파람 불면서 나오는데 그 앞뜰 나무맡에 Eric이 서 있었다. 우연하고 좋았다.

Maximilian은 지난밤 즉 파리에서의 마지막 밤에 처음 만났는데 그 친구인 Turner와 함께 The Dreamers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따라하면 큰일나는 종류와 급의 그런 온갖 멋을 뿜는 인간이었다. 게다가 Max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이름 중 하나이기도 하고… 나와 관심사가 비슷해서 뉴욕과 파리에서 본 전시 몇 개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Jack DanielMaker’s Mark로만 각각 다섯 잔은 마신 것 같다. 마지막날인데 이런 괜찮은 사람을 만나다니 젠장, 그런 당연한 생각이 들었다. 우리를 소개해 준 Coco는 태어나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머리칼을 가진, 복숭아색 하늘하늘한 드레스에 살짝 고딕한 긴 반지와 팔찌를 끼고 금상첨화로 꽃이 든 접는 부채를 펴들어도 말이 되는 여신처럼 뽀얀 소녀인데 Max와 전에 별을 세던 사이라니 참 질투가 나는 노릇이었다. 멋있는 사람들끼리 팔짱 끼면 난 샘이 나더라.

  1. 미친말

    요요 괜저,
    다시 뉴욕에 있는거야?

  2. 김괜저

    아니 한국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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