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끌리는 것만 읽고프다.


Playing cards from Ukraine
via English Russia

태풍 지나고 비가 많이 온다. 동무들과 부산에 가려고 했는데 못 가게 막은 괘씸한 태풍이다. 창원 특파원에 의하면 비도 몇 방울 안 내렸다 카던데……. 자기 잘못도 아닌데 무가식은 미안해했다. 미안해하게 두었다. 솔직히 지난 반 년 넘게 거의 한 번도 연락을 못 하고 살았기 때문인지, 우린 예전보다 서로한테 잘 해 주는 것 같다. 예전에는 친한 친구끼리 너무 잘 해주면 죽는 건 줄 알았었다.


요즘 뭐에 쫓기듯 책을 수시로 산다. 한창 잡지를 사던 때의 속도로 두툼한 책을 사 모은다고 보면 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전보다 관심사가 넓어지고 무엇보다 훌륭한 작가들 이름을 많이 주워들었기에 갖고 싶은 책들이 많아진 탓이다. 물론 이건 영미・프랑스 문학 및 인문사회학에 국한된 이야기고, 그 밖의 책은 거의 사지 않았다. 한국문학은 값싼 문고판만 계속 사 모으고 있다. 특히 저번에 얘기한 범우문고는 이제 꽤 있다. 번역의 개입이 없는 한국문학 작품들은 싸고 가볍고 지나치게 유행 타지 않게 생겼으면 그만이다. 특히 개념없이 사들이는 영어 프랑스어 책들에서 금전출혈이 크기에 문고판은 더욱더 싼 걸 찾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 현대문학에 대한 관심이 나날이 준다는 것이다. 아니, 관심 자체가 주는 건 아닌데 읽고 싶은 것들이 줄어든다. 예컨데 몇 년 전에는 김영하가 좋았는데 지금은 그닥 끌리지 않는다. 집안에 있는 젊은 작가의 책들을 하루에 한 두 권씩 꺼내서 조금만 훑어보는데 마음이 가는 것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세기초부터 강점기때 작가들, 이미 알 만큼 알고 읽을 만큼 읽은 고전들을 되풀이해서 읽는 것이 그만이다.

Marcine과 예전에 나눈 대화처럼, 고전만 집는다는 것은 읽는 태도가 미성숙한 때문일 수 있는데 한국문학에 대해서는 내가 아직 그렇다. 이게 아직 별로 부끄럽지도 않다는 게 문제지만 지금은 끌리는 것만 읽고프다.

— Maxïmo Park : Books from Boxes
  1. 김괜저

    억울합니다 비라는 비는 중부가 다 맞고 !

  2. 김괜저

    읽어보겠습니다 !

  3. 김괜저

    계속 유심히 꾸준히 보고있습니다 좋아서요

  4.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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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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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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