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가위 같았다.

한복 입는 고등학교 들어가고 처음 맞는 명절에 내가 습관처럼, 신발끈처럼 쉽게 두루마기 옷고름을 매자 종친회 회장을 지내신 할아버지께서는 너무나 대견해하셨다. 실로 오랜만에 온 큰집에서 장염 탓에 별 걸 많이 먹지는 못했지만 논길에 퍼질러 앉아서 책 한 권을 다 읽었다. 차례상에 나와 성희가 깎다가 망쳐버린 사과와 배가 너무 보인다. 큰어머니께서 직업을 가지신 후로 요리가 너무 오랜만이라시면서 평시보다 간소한 상차람을 염려스러워하셨으나 계적 육적 어적이 다 올라간 배부른 상이다. 이 날은 접착제가 너무 세서 지방을 뗄 때 병풍이 상했다.

— Paul Simon : Me and Julio Down by the Schoolyard

유명 게임회사 과장급 되시는 형님이 돗자리 깔린 침대(나도 여름에는 이렇게 해야겠다)에서 낮잠을 자는 동안 작은 형과 나와 성희는 한글타자게임을 붙었다. 옆에는 어린 시절 형님이 쓴 받아쓰기가 걸려 있는데 너무 슬프다. 치워도 치워도 눈이 온다니! 너무 서럽다.

  1. 사라미

    과장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적나라하게 자고있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2. 김괜저

    적나라 꿈나라

  3. cake

    아 진짜 제 큰아버님집 같은 분위기가…. 추석 냄새가 물씬.

  4. 김괜저

    음 추석향기

  5. Rose

    “쓸어도 쓸어도 눈이 쌓였다….” 너무 슬퍼 ㅠㅠ

    이거 곧…..너 이야기 되는거…………………… ㅋㅋㅋㅋㅋㅋ

  6. Arp

    진짜 명절이네요….

  7. meltingframe

    사진들이 너무 좋네요.

    아 좀 지나치게 좋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