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마음이 편하다.

Kafka의 소설 Amerika에 보면 횃불 대신 칼을 든 여신상이 고단하고 가난하고 자유를 숨쉬고픈 이들더러 오라 하고 있다. 올 들어 읽은 네 권의 책들(Amerika, Before Night Falls, Moon Palace, Chronic City)이 하나같이 뉴욕을 주요하게 다루고 있어 안식의 고향 생각 간절하다.


외박 주기는 기본 6주가 되고 그 사이에 일반 휴가일을 더 써서 나올 수 있다. 그제인 금요일부터 오늘까지 두 번째 정기외박으로 나왔는데 개인적으로 준비하고 정리할 것들이 많아서 Tess와 무가식을 잠깐씩 만난 것만 빼고는 내내 혼자 있었다. 집이 곧 이사를 할 것이라, 지금껏 뉴욕과 파리를 옮겨다니느라 정리가 안 된 상태인 내 물건들을 좀 정리했다.

토요일엔 노래로 귀를 틀어막고 도곡과 잠실 삼성 등지를 버스 단노선으로 돌면서 필요한 것들을 샀다. 이번에 좀 많았다. 물론 잠실에 간 것은 무인양품 때문이었고 교보에서 책, 백화점에서 화장품, 식품관에서 저녁재료까지 다 해결했다. 필요했는데 못 산 것은 새 프랑스어 사전. Langenscheidt Pocket판을 사려고 마음먹은 지 한참인데 아직 재고가 있으면서 배송이 부담스럽지 않은 곳이 없어서 못 사고 있다. 미국에서 들어오는 친구에게 부탁을 해 볼까 한다. 지금까지 쓰고 있는 같은 출판사의 Universal 사전은 명함 두 개 만한 크기라 파리에 가서부터는 큰 도움이 되지 않는 초급사전이다.

Ah, y comencé a aprender español. (아 그리고 스페인어 공부 시작했다.) B6 갱지에 인터넷에 있는 초급 교본을 출력해서 묶어 걸어 놓고 틈틈히 보는데 갈 길이 멀지만 지루하진 않다.


고르곤졸라 한 덩어리를 으깨고 호두를 한 움큼 넣고 꿀로 버무린 것을 (뭐라고 하나?) 바게트에 올려 와인 • 자몽주스와 함께 온 가족이 모여 먹었다. 아이팟 충전기가 고장나서 몇 주나 무용지물이었는데, 아이폰에 이어 아이패드까지 사서 나의 「페북」과 「스카이프」에까지 관심을 뻗고 계신 아빠 것 하나와 바꿔치기해 간다. 그리고 허리 통증으로 고생하는 하나뿐인 후임에게 빨리 나아서 같이 뼈빠지게 일하자는 의미에서 « 통증 없는 건강한 허리, 아름답고 바른 자세를 위한 굿바이 허리병 » 이라는 좋은 책과 파스를 사서 들어간다. 마음이 편하다.

  1. Rose

    새로운 주소도 모르고, 나와도 전화한통도 안하고

    목빠져라 기다리는 나는 목이 달랑달랑 거리네

  2. 김괜저

    악ㅜㅜㅜㅜㅜ 전화할께

  3.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