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버이께 스테이크 해 드렸다.

우리 어버이는 양물 먹은 내 요리를 무척이나 좋아하신다. 정말 별것도 없는 파스타 종류도 나 혼자 먹을 때처럼 간단히 볶아 드려도 다른 데보다 맛이 좋다고 치켜세운다. 어쨌든 달력에 이름 붙은 날이라 집에 착하게 붙어앉아 점심을 좀 정식으로 차리기로 했다. 내일 건강검진 관계로 저녁은 금식이라 점심으로 했다.

중간살짝 구운 고기를 좋아하는 아빠의 입맛에 정확히 맞추고자 굽기 시간표를 띄워놓고 요리했다. 물론 페이스북 하는 데 더 많이 썼다. 중간 정도 가격의 얇은 한우 채끝살을 썼다.

식전음식으로는 어제 오면서 산 서래마을 파리크라상 바게뜨에 호두+고르곤졸라+꿀과 더불어 반숙계란+머스타드(à l’ancien)+마요네즈+백후추인 따뜻한 계란샐러드를 곁들였고 사과주스를 따랐다. 샐러드는 청경채+덴마크식 페타(소젖만 쓴 것)+델라웨어 포도+방울토마토+해바라기씨+올리브유+현미식초+레몬즙+후추+바질. 옥수수알까지 넣어야 완벽하지만 전날 해먹느라 다 떨어졌다. 스테이크는 카놀라유와 로즈마리로 팬에서 간단히 굽고, 살짝 데쳐 후추 뿌려 구운 방울토마토+브로콜리+컬리플라워를 옆에 담았다. 마트에서 충동구매한 프랑크도 올라갔다. 내가 먹고 싶은 것만 만들었으므로 나는 당연히 만족이고 어버이와 여동생도 흡족해했으니 됐다.

이번 외박은 짧았던 것도 있고 가정의 달(및 친한 선임 전역의 달)인 관계로 핵심측근을 일체 못 만났을 뿐 아니라 원래 돌아다니며 사거나 방문하기로 했던 계획을 상당 부분 연기할 수 밖에 없었다. 어제 꼭 들렸다 오고자 했던 한남동 슈퍼도 허탕쳤고 벼룩시장도 허탕치고 마지막 저녁인 오늘 조어버이댁 방문까지의 공식일정을 마치자마자 강북으로 뛰어올라가서 남대문과 명동을 헤집고 다녔지만 마찬가지로 별다른 수확은 없었다. 그래도 명동 퀴클리에서 대만향 가득한 밀크 버블티 먹으며 쫄바지 탄 사람들로 가득한 사호선 타고 내려오니 깜빡하고 저녁밥을 걸렀음에도 배가 고프지 않았던 것이다.

  1. Oscar

    니 계란 샐러드 세상에서 먹어 본 것 중에 젤 맛잇었어.. 내가 소금 쏟기 전까진

  2. 김괜저

    계란으로 할 수 있는 것 중에 제일 맛있는 것 같음

  3. 닭고기

    사진 너무 좋아요.

  4. 김괜저

    이름이 멋있네요

  5. sonny

    사진 참 좋습니다. ^^ 맛이 느껴지는 듯 해요.

  6. 아얀

    눈으로 먹은 느낌이에요.

  7. 김괜저

    눈불리 드셔요

  8. 호떡님

    어머! 사진 너무 예뻐요..+_+

  9. 히카리

    사진이 화보같아요. 채광도 좋고 더더 맛있어 보여요.

  10. 카이º

    사진들도 그렇고 요리들도 그렇고..

    진짜 무슨 책자 넘기는거 같아요~

    엄청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