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살찐 양이자 백일섭처럼 생긴 선수다.

화순이 (1982)

나는 원래 온순하고 잘 웃고 마음 가는 사람에게 다 줘 버리는 순하고 살찐 양 같은 애로 태어났다. 피부에 지방층이 두꺼워서 누가 날 바꿀래도 속까지 다 바꾸진 못 할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어떤 척을 하고 어떤 흉내를 내도 나의 정신이 그대로 보존될 것이라고 단언하였다. 속이 착한 사람이니 좀 나쁘게 살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도 맞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나는 자존감을 넓고 깊고 멀리까지 발휘함으로서 조금 더 넓고 깊고 멀게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를 쓰고 손끝을 뻗는 담쟁이처럼…….

오늘 짜장밥을 먹고 생활관으로 돌아와서 이층 자판기 옆에 앉아 친구들을 생각할 기회가 있었다. 나는 칠십년 대에 결혼한 산업역군 아버지처럼 마음 깊은 곳에서는 아낀다는 이유로 삶의 안사람들을 막 대하는 경향이 있다. 어렸을 때 드라마에서 백일섭이 분한 그런 박카스 마시는 가장이 생각난다. 쌀쌀맞은 문자 건방진 태도 실실거리면서 깔보는 말투에 나는 선수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겐 내놓지 않는 절친한 나의 모습일 뿐이라고 생각했지만 가끔 드는 생각에 몸에 배어버린 것 같다. 무관심의 고장 다운타운 뉴욕과 시크함의 고장 파리에서 콱 박혀버렸다고 생각하면 사실 기분이 나쁘진 않아. 어쨌든 밖에서는 예의를 갖추어 내려다보는 내 무의식적인 습관에 설설 기거나 거리를 유지하는 사람들은 재미없는 순둥이들이라고 생각했었던 구석도 있는 것 같다. 같은 사람들 스물 몇 명과 하루 종일 붙어 지낼 수 있는 여기는 세상에 없는 자아성찰소다. 교도소만큼의 효과는 없겠지만…….

  1. C통합

    어설픈 느슨함이 완벽한 통제보다 숨막힐 수도 있어유

  2. 김괜저

    어슨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