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스레 저렇게

괜스레 저렇게는 김괜저(@gwenzhir)의 블로그이오니 잘 읽으세요.

뉴스레터 구독

나는 다만 시작일 뿐입니다. 의사에겐 혁신이고…….

엄청 오래된 글입니다. 역사적 기록으로 다뤄주세요.

우리 생활관 텔레비전은 저녁에는 프로야구, 밤에는 CSI를 선택하는 편이지만 그저께는 아폴로 11호가 달에 내리는 과정을 다룬 기획이 나오고 있었다. 늘 할 일이 있는 사람들이 많은 부대 특성상 침상에 남아 있는 사람의 수는 서넛을 잘 넘지 않는다. 나 역시 지금처럼 모니터에 눈을 맞추러 가거나 독서실에서 벽돌같은 책을 읽거나 쉽게 끊지 않으려는 엄마와 통화를 하는 때가 대부분이어서 텔레비전을 몇십 분 넘게 보는 적이 드물다. 그래서 책을 챙기고, 관물함에 쟁여 두고 마시는 십칠차를 들이키는데 닉슨이 암스트롱에게 전화를 거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제군들이 한 일 덕분에 천공(天空)이 인류의 세계가 되고, 고요의 바다에 선 그대들과 통화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지구에 고요한 평화를 이룩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리라고 다짐케 되었다.」 (허튼 소리지만 감동적이야…….)


Pg. 113 from Our Dumb Century
by the Onion, image from here

나와 마찬가지로 순전히 우연하게 그 장면을 보게 된 듯한 선임(24, 식물경작, 엑셀 애호가)이 물었다. 「정말 대단해, 어떻게 69년에 저런 걸 지어서 쏘아올렸지? 그 때에 비해 엄청 발전한 것같아도 저렇게 입이 떡 벌어지는 기술발전의 상징물은 별로 없잖아.」 (물론 기억이 잘 안 나서 그렇지 저렇게까지 철수와 영희처럼 말하지는 않았다.)

통화가 끝나고 암스트롱은 달 표면에서 네 시간 정도 낮잠을 잘 계획이었지만 흥분이 가라앉지 않아 한 숨도 못 잤다고 한다. 낮잠을 계획하다니 대담한데…….

텔레비전이 다시 야구로 돌아가고, 기술과 개척의 시대가 끝나버린 듯한 공허함이 생활관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십칠차를 겨드랑이에 끼고 밖으로 나오면서 희망을 이야기했다. 「우리는 아이패드가 있지 않습니까」

  1. 달콤이

    마지막에서 제대로 웃었습니다. 왠지 군대 안에서의 괜저씨 캐릭터가 그려져요.ㅋㅋ

  2. 김괜저

    그거슨 아마 정확한 그림

  3. 비니루

    암스트롱의 낮잠 계획은 비록 이루지 못했다지만 아름답네요.

  4. 김괜저

    제가 알기론 아직까지 인류가 못다한 계획입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은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입력창은 * 로 표시되어 있습니다.

광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