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깃발을 좋아한다.

독립기념관의 불원복(不遠復) 태극기

나는 깃발을 좋아한다. 선미에 한 오십 년 나부끼다 내려져 망국의 보물상자를 덮고 있을 것 같은 오래되고 얼룩 남은 깃발은 좀 뻔하긴 하지만 멋있다. 때 나오는 거친 마로 되어야 하고 푸른 빛이 도는 옛날 검정색을 써야 하며 왼쪽엔 깃대에 달 수 있는 부분이 이 센티미터 정도 남겨져 있어야 한다. 어디 깃발인지는 아무래도 좋으나 (이미 헬싱키에서 산, 마음에 쏙 드는 그리스 국기가 있다) 상징성을 곡해하기 쉬운 뻔한 아크릴 조국기는 아니어야 한다.

無印良品 Hard Carry Travel Suitcase 72L

내가 끌 여행가방은 직육면체에 가까워야 하고 마감은 번쩍이지 않아야 하며 돋보이지 않는 색이어야 하고 안이 텅 비어 있으며 재질이 가볍고 군더더기나 허세 없는 담백한 인상이어야 한다. 그런 게 없었는데 생겼다 ! 역시 또 한 번 그럼 그렇지 무인양품. 바로 위의 불원복 태극기의 주인공 구례 의병장 고광순이 싸우던 일본나라의 제품임이 얄궃다. 앞에 파란 번개 스텐실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