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렌즈통을 만들기로 했다.

렌즈통을 만들기로 했다. 통조림을 재활용하는 것과 두꺼운 종이를 굴려 만드는 것과 팔각으로 짓는 것 세 가지 안 중 고민하고 있는데 가장 그럴싸한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아마 굴려 만드는 게 제격일 것 같다. 한가람문구에서 재료를 구했다. 한가람문구는 재단장 확장한 뒤 가려는 마음이 별로 안 든다. 잘 팔리는 것만 남아 있다. 눈높이까지 오는 나무 판매대에 아기자기하게 칸 나눠서 진열해 놓는 소위 <디자인문구>가 점점 싫어진다. 청주에도 새로 생긴 영풍문고에 <문구> 구역이 있길래 봤더니 공책 수첩는 수백 종 있으면서 마분지 한 장 없다. 재료도 팔면 좋을텐데 완제품 그것도 소녀들이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자습시간에 색색펜으로 알아서 꾸며야 할 영역까지 전부 만들어져 나온 조잡한 가짜 빈티지 감성으로 된 완제품만 있는 모습이 좀 지나치다. 나는 결국 제일 필요한 것들은 인터넷에서 구하기로 하고 한나절에 세 곳이나 들러 본 문구점을 모두 빠져나왔다. 저녁에 건대입구에서 잠깐 부대 사람들(현·예비) 얼굴만 보고 정자동에서 평양음식을 먹었다.

  • 닭고기

    색색펜으로 알아서 꾸며야 할 영역까지 전부 만들어져 나온 조잡한 가짜 빈티지 감성.매우 공감합니다.

  • B_Fink

    가짜 빈티지 감성 저도 완전히 공감합니다! 제가 달려던 댓글이 요기 있어서..
    게다가 쓸데없이 비싸죠.
    윽.

  • Treena

    조금 특벼란 종이를 찾으신다면 군자역에 있는 삼원갤러리를 이용하셔도 좋을것 같습니다. 요즘 어지간한 규모의 핫트렉스에도 원하는것이 없어서 굳이 그곳까지 나가곤 합니다.

  • 김괜저

    지류만 구할 때는 가는 좋은 곳들이 몇 곳 있어서 문제는 없습니다. 홍대 두성갤러리를 많이 가는데 삼원갤러리도 가볼게요.

  • kimji

    서점에서 필요한 책은 사라지고, 문구 코너가 영역을 점점 넓혀가고 있죠.

    문구제품을 들여다보면서 느꼈던 복잡한 감정을 ‘조잡한 가짜 빈티지 감성’이란 말로 정리하시다니 !

  • 이나

    와…어떻게 찍으면 이렇게 눈 편안~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건가요? 감기 걸렸을 때 와보고싶은 블로그네요 괜저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