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위로해야 했던 동료 남성들이 제법 있었다.

from Austin, Texas, a photographic series by Lise Safarti

여자게에 닥치는 일들은 예로부터 슬픈 것들이 많았다. 그러나 나는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남성들과 같은 것들을 가지고 비슷한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어 가고 있다. 명목상의 변화가 먼저 오고, 경제 사회적인 큰 흐름이 때를 같이 해 주면 실제로 변한다. 대부분의 거시적 사회적 변화가 그렇듯 제일 큰 원동력은 옛날 사람이 죽고 새 사람이 태어난다는 점이다. 물론 갈 길은 멀다. 지금도 비등한 삶을 산 동등한 조건의 남녀가 있다면 남자가 먼저 취직하고, 더 적성에 맞는 일을 찾고, 더 장래가 밝은 진로를 선택하며, 더 많은 유산과 연봉을 받는다. 감옥에 갈 확률과 요절할 확률이 낮은 것을 빼면 사회학 통계는 대부분 가시지 않은 불평등을 증거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역차별에 대한 푸념은 기분 탓이라는 것이 내 기본적인 생각이다.

이와 별개로 주위에 진지하게 연애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아직 우리나라 청춘들에게는 이미 변화한 내지는 변화하고 있는 현실과 과거의 논리가 숨죽이고 공존하고 있다는 느낌을 종종 받는다. 새삼스럽게 이걸 말로 하는 건 예전엔 주로 낡은 생각을 하는 동료 남자들에게서 느끼던 게 요새는 주변의 여자들에게서 섭섭찮게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좋아하는 공부를 하고 잘 나가는 직장을 얻고 혼자서도 아쉬울 것 없는 곳까지 가는 것이 목표인 훌륭한 여자들은 어느 때보다 많지만 그런 멋진 포부는 다른 누군가에게 기대서 가는 비굴한 옵션과 결코 공존할 수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연애와 결혼은 조합(組合 : 2인 이상이 상호 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하기로 약정하는 계약)이지 애정으로 위장한 「소중한 나를 묶어둘 권리」를 주고 금품이나 용역을 받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외국인 강사 수업에서 한 학생이 원조교제를 영어로 뭐라 하는지 몰라 재치있게 「기브 앤 테이크」로 표현했는데, 연애를 하는 사람이라면 남자건 여자건 서로의 관계가 그런 형태가 되어 가고 있지는 않은지 경계해야 한다. 마누라를 때리거나 집안일을 핑계로 집에 묶어놓는 안 좋은 남자들이 물론 더 큰 문제일 수 있지만, 내 남자친구가 팔 개월 동안 틈새근로를 해서 모노그램 스피디백(1,500,000)을 사 줄 수는 있어도 평범 살짝 이상의 결혼식(200,000,000)은 무리라는 걸 잘 알고 이용하는 젊은 여성들 역시 많아 보이니까 걱정된다. 나는 올 초 들어 특히 이런 이유로 위로해야 했던 사람들이 제법 있다.

  1. 별일없이산다

    저번에 봤을때 나도 위로해주지…

  2. 소현팤

    아아.. ‘연애와 결혼은 조합(組合 : 2인 이상이 상호 출자하여 공동사업을 경영하기로 약정하는 계약)’ 도저히 지날칠 수가 없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