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석촌호수에서 연어 무침과 호박씨 스프와 마늘기름 파스타와 샤베트와 안심구이와 티라미수를 먹었다.

이박 삼일의 짧은 휴가라서 첫 날부터 바삐 움직였다. 석촌호수에 이름난 이태리 식당이 아빠 아는 분이 하시는 곳이래서 모쪼록 외식 하기로 했다. 내가 거의 매 휴가마다 파스타 종류를 만들었기 때문에 밖에서는 이태리 음식을 잘 안 찾게 된 지 오래였지만 이태리식 정식(course)은 매우 오랜만이다. 나는 그리 가는 길에 차창 밖으로 별 생각 없이 사진을 찍으면서, 사르르한 노래를 들으면서 있었다. 요새는 장기를 그만두고 후임친구들이랑 체스를 두는데 전날 밤 한빛(23, 수학자)에게 크게 진 게 계속 생각나서 아이패드로 두면서 갔다.

Eels : Love of the Loveless

어려서 롯데월드에 가면, 실내 공원에서 야외로 나가는 통로를 통과하고 나서는 내가 알던 세계와는 전혀 다른 외딴 신세계에 다다른 듯한 기분에 휩싸이곤 했다. 그런데 나이가 들고 그 섬 아닌 섬이 대로와 울타리 하나만 두고 맞닿아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약간 불행했다. 오 년 전인가 에버랜드에서 일과를 마치고 뒷문 너머로 돌아오는 행진단의 풀 죽은 모습을 봤을 때도 좀 쓰렸다. 매력적인 것들은 대개 만들어진 것들이다. 아빠 후배께서는 좋은 자리도 주시고 실속있고 맛 좋았던 포도주까지 준비해 주셨다. 운전하는 아빠를 대신해 내가 반 병 마셨다. 나만 돌아오는 길을 달리 해 잠실로 이사 간 천적을 만나 다른 사람 흉을 아주 약간만 보았다.

  1. curbservice

    사진 하나하나 다 예쁘네요!

  2.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3.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