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별 건 안 했다.

별 건 안 했다. 이태리 또띠야에 토마토 한 캔을 바르고 아무 치즈나 보이는 대로 잘라놓고 이태원 하이스트리트에서 산 싸고 짜고 질긴 프로슈토를 얹고 바질로 덮어서 성희와 나눠먹고 늑장 부리다가 나왔다. 인덕원까지 잘 걷는 일은 없지만 (정말 재미 없는 대로변이다) 한 구멍커피집에 들러봤다. 헤이즐넛 커피가 있었다. 헤이즐넛 커피는 내가 Au Bon Pain에서 아침을 해결할 때 항상 우유 조금 넣어서 마시던 기억이 제일 세다. 그런데 헤이즐넛향이 아닌 시럽을 넣은 커피였다. 인덕원에 열차가 멈춰 있길래 탔더니 그대로 5분간 멈춰 있다가, 경마공원에서 사상 사고가 있어서 운행할 수 없다고 내리라 했다. 뉴스를 뒤져봤지만 이제 그런 건 뉴스거리도 되지 못하는 모양이다. 할 수 없이 버스로 갈아탔다. 과천에서 점심으로 참치마요 오니기리를 씹으면서 기다렸는데 여의도행 광역버스가 삼십 분은 지나야 온다는 게 견딜 수 없이 서운했다. 그래서 그냥 아무 거나 탔더니 양재 강남으로 가게 됐다. 서초동 두산 페이퍼갤러리를 토요일이라고 생각하며 뱅뱅사거리부터 걸어갔지만 일요일이었고 문은 닫혀 있었다. 인텔리젠샤를 팔던 커피집은 마침 세주와 지윤이 모인 곳이었다. 잘 됐다 싶어서 원두를 파냐고 물었는데 인텔리젠샤는 이제 안 판다며 대신 삼성동에 살 수 있는 곳을 친절하게 알려주셨는데 삼성동까지 인텔리젠샤를 사러 가지는 않겠다. 대신 밤에 커피키친(현재 Ikovox Coffee로 개명)에서 몬순 원두를 사 왔다. 나중에 정규까지 해서 한남대교 전망대에서 변변찮은 경치와 차를 즐겼지.

  1. 랭보

    여기만 오면 질투가 나는 이유?

  2. curbservice

    ㅋㅋ저두요…

  3.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