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딘지 흉흉하고, 베란다 창틈으로 비가 들어오는 저녁이었다.

그 때 나는 비스듬히 벽에 기대서서
너무 뜨거울 때 우린 녹차를 마시면서
화장실에서 읽었던 책 한 구절을 생각해냈다.
─저녁이란 아침만큼이나 의미심장하지만
우리는 그 가능성을 줄곧 외면해왔다.
이윽고 입가에 점이 있는 여자가 허락없이 집에 들어와
제 옷가지며 칫솔 따위를 챙겨 나갔다.
그녀와 사귄 지는 오십 일이 되었고
헤어진 일은 결코 없었다.
나는 현실과 미래를 구분하는 데 있어
그녀보다 약간 더 전문적이었다.
지금을 이해하는 사람이었으면 좋았겠지만
몸놀림이 모든 죄를 사하곤 했다.
너무 뜨거운 물로 우린 녹차는
식혀도 결코 적당해지지 않는다.

  • 김괜저

    화음이 잘 맞았나 보네요 운좋게 뙇

  •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 김괜저

    으음?ㅋㅋ

  •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