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보다는 싱거운, 다 가진 기분이다.

군대에 오고 나서 내 컴퓨터에선 잠시 시간이 멈춰 있다. 입대 후 새로 설치한 프로그램은 간단한 유틸리티 몇 개 빼면 거의 없고 판올림한 것은 MacOS Lion이 유일하다. 내 맥북을 쓰는 일이 한 달에 한 번 꼴로 줄었기 때문만은 아닌 것이, 컴퓨터를 사용하는 습관이 적잖이 바뀌었다. 시대가 그렇게 바뀌고 있나보다.

우선 왔다리갔다리하던 우리 집 무선인터넷을 손봐 이더넷 포트를 전혀 사용하지 않게 되었고, 부대에 가지고 들어가는 전자기기가 아이팟 클래식뿐이므로 음악을 전부 그리로 옮겼다. 중고 아이폰을 샀고 동생과 함께 쓰는 아이패드가 생겼기 때문에 맥북을 가지고 나가는 일이 적어졌다. 설명 : 아이패드를 즐겨 사용하는 아버지에게 누군가 아이패드를 선물했다고 한다……. 잘 납득가지 않는 선물이지만 우리에게 떨어졌으니 감사할 뿐. 집에 전자레인지가 89년생인데 아이패드 세 개가 있는 건 뭔가 초현실적이다. 6년 전 내가 맥북을 샀을 때만 해도 주변에 이게 뭐냐고 물어보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집에 아이폰이 넷 아이패드가 셋, 오클라호마 외삼촌께서 집에서 묵으시면서 선물한 애플티비 같은 것까지 들어섰고 아버지는 아이브런치라는 애플제품/브런치 주말 동호회를 나가신다. 밖에 나가도 예전처럼 맥북이니까 자랑스럽게 꺼내놓고 하지 않는다. 미국에서처럼 일상적으로 보이는 물건이 되었으니까. 또 어떤 새로운 게 나왔나 하고 프리미엄 리셀러에 발을 들이지도 않는다. 그런 덴 이제 가끔 와이파이가 없는데 확인할 게 있을 때 갈 뿐이다. 다 가진 기분은 생각보다 싱겁다.

군 내에서 컴퓨터 사용(지금과 같이)이란 모든 자료와 기록을 온라인을 통해서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저장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클라우드와 같은 요새 많이 쓰이는 기술이 절실함에도 불구하고 보안상 또는 사양상의 문제로 아주 제한적이다. Gmail, Google Reader, Google Docs(운좋게 Chrome깔린 컴퓨터가 걸리면)에 의존하다시피 하는데 구글 약정이 좀 껄끄러운 부분도 있고 모바일기기와 연동도 ReaderDocs의 경우 불편한 점이 많은데 이런 건 전역이 답이니까 불평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미지 업로드가 불가능하다던가 Craigslist가 유해사이트로 지정되어 있다던가 하는 대목은 좀 서운하다. Craigslist에서 방 시세라도 보면서 대리만족 하려고 했단 말이다.

  1.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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