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진 얘기도 하고 텔레비전도 보고 그런다.

후임친구 J가 사진기를 산다는 얘기를 듣고 나는 무척 참견하고 싶어졌다. 다행히 참견해 달라고 찾아와서 무척 고마웠다. 얼마 전 전입한 후임친구 I의 경우 결혼식 사진관에서 일해 본 경험이 있는 자인데 그에게 내 자식같은 D300을 「쓰다가 캐논으로 갈아탄 사진기」이다. 어쨌든 나와 후임친구 I는 DSLR 중 뭘 살지 고민중인 J 침대로 가서 밤 늦게까지 감 놔라 배 놔라 했는데, 처음 사진기다운 사진기를 사던 그 때의 내 기분이 다시금 돌아와 퍽 즐거웠다.

안 하던 짓을 군대 와서 하는 게 몇 가지 있는데, 어쩌다 배고프면 컵라면을 먹는 것(종종 그랬었는데 요즘 나갈 때가 가까워져선지 다시 안 먹는다), 자기 전에 윗몸일으키기를 하는 것, 그리고 비교적 자주 텔레비전을 보는 것이 있다. 원래 한국에 있건 미국에 있건 2007년부터 3년간 챙겨본 프로는 <무한도전> 하나뿐이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봤고 어쩌다 집에 오면 놓친 <무한도전> 돌려보면서 아침밥을 먹었다. 프로를 만드는 사람들을 작가주의, 작가성이란 말을 써서 얘기해도 오그라들지 않는 건 3사에 <무한도전> 하나뿐이다. 그래도, 텔레비전은 텔레비전이고 방송이 모두 개인의 양식과 메시지를 담아서 연출할 이유는 없다. 광고 봐 주는 걸로 공짜로 보면서 이러는게 웃기지만 양보하는 마음으로 다른 프로들을 본다. <개그콘서트>는 입대와 동시에 매주 빼놓지 않고 본다. 요새는 <이 죽일놈의 사랑>의 박지선과 <멘붕스쿨>의 ‘갸루상’에 빠져있다. 박지선은 그렇다치고 박성호가 날 이렇게 웃길 줄이야……. 「오빠 만세」때는 상상도 못했던 일인데.

또 보는 게 뭐 있더라……. 아, <마스터셰프 코리아>를 본다. 사실 음식 만드는 여러가지 모습 그리고 김소희 쉐프가 보고 싶어서 보는거지 누가 이기는지 별 관심은 없다. 아참 후임친구 Y를 꼭 닮은 박준우 도전자를 보는 재미도 있고 무엇보다도 CJ가 계열사 홍보를 얼마만큼 극으로 밀어붙이는지에 대한 경외감도 있다. 유명 프로 판권을 사서, 심사위원 자리에 브랜드 전략고문을 앉혀놓고 백설 홍보동영상으로 만드려는 그 배짱이 아름답다. 내 생존이 걸린 경연에서 토마토 함량이 높은 병조림 토마토소스를 이용해서 요리 대결을 펼치라면 난 밖에 나가서 침 한 번 뱉고 오고 싶었을 것이다.

  1. cheere

    김소희 쉐프 팬 여기도 계시군요. 넘 좋아요!

  2. 김괜저

    짱이지예

  3.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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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김괜저

    난 안될거야 박준우 보고 나처럼 혼자 하다 배운 줄 알았는데 실력이 장난 아니더라

  5. Beatbird

    군인은 어디에 있건 똑같네요. 저도 마셰코 보는데.
    에 뭐 그 토마토소스 말고도 <다이어트 워> 보시면 미션 승자팀에 외박 허락해주고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랑 한 끼 식사하는걸 보여주는데 그런 장면에서도 청정원 ppl이 한가득한게
    뭔가 좀 고까웠더랬지요.

  6. 김괜저

    엄청 맛있게 먹는 장면이 따논당상인데 놓칠 수 없었겠지요

  7.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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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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