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나쁘지 않은 호스텔에 머물며 낮에도 밤에도 보스턴에 있었다.

보스턴 차이나타운 국제 호스텔링 센터에서 잤는데 2012년에 새로 연 곳답게 시설이 대단히 좋았다. 일인용 욕실 겸 화장실이 약 세 명 앞에 하나 꼴로 있었고, 세탁실과 공용부엌도 괜찮았다. 부엌엔 커피가 24시간 내내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호스텔에서 지내면 호스텔 특유의 날젊은이 기운을 받는데 그게 또 기분과 맞으면 무척 신명난다. 커피집을 겸한 1층에 다들 노트북에 전선 주렁주렁 꽂고 앉아서 밤늦게까지 내일 뭐하지 계획을 짜는 모습. 호스텔에서 준비한 단체 행사 직전에 사람들이 로비에 이것저것 두르고 모이면 수염난 직원 청년이 탁자 위에 올라가 손을 입에 대고 공지사항을 말할 때. 독일인 노부부가 관광을 마치고 돌아와 각자 남자방 여자방으로 헤어져 들어가며 「여보 내일 봐요」할 때 확 오는 거.

구석구석을 헤집고 다닐 필요는 없는 도시라는 생각에 푹 쉬고 와야지 했는데, 첫날 빼고는 가만히 있지를 못했다. 도시가 작다보니 여기저기 걸어서 닿을 만 한 곳이 많아서 계속 걷게 됐고, 밤에는 새로 만난 사람들과 놀다 한 시간도 못 자고 아침 약속시간이 왔다. 그래도 덕분에 보스턴과 케임브릿지는 사흘 여행치고 제법 많은 꼭지점을 건드렸다. 그러고 보면 나는 영역표시 방식으로 여행하는 것 같다. 영역표시는 사진으로 하거나, 거기에서 만난 사람으로 하거나, 산 물건이나 음식으로 한다. 전화기가 없는 상태라 아이팯에 의존하다 보니 충전과 무선인터넷에 계속 코가 꿰어 있었기 때문에, 두 가지가 가능한 곳들을 검색해서 찾아가는 식으로 움직였다.

렌즈 한 번 싸구려다. 아래가 보정 전.

  1. 파란밤

    사진 색감 좋아요! 무슨 사진기 쓰세요?

  2. attice

    신호등 귀여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