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찌빠꽈에서 고기를 먹었다.

Chippaqua Chappaqua라니 이름 참 근사하지 않은가? 문예창작 수업에서 친구 먹은 Brian이 졸업을 맞아 고기 구워먹는 잔치를 연다고 해서, 뉴욕에서 북으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저 마을로 갔다. 매일 남서쪽으로 한 시간 반씩 타니 기찻길엔 익숙하지만, 몇십 분만 나가도 분위기는 제법 다르다. 뉴브런즈윅까지는 강도 많고 습지도 있고 갈대밭과 중공업 공장을 지나는데, 뉴욕 주 안쪽으로 올라가는 길은 할렘과 브롱스를 지나고 나면 점점 녹음이 짙어진다. 무엇보다 가장 큰 차이는 출발역의 분위기인데, Penn Station은 뉴욕의 똥구멍이래도 심한 말이 아닐 정도로 모든 면에서 구린데 반해 올해로 백 살 먹은 Grand Central은 노숙을 한다면 여기서 하고 싶은 멋진 곳(직전 글의 첫 사진)이기 때문이다. 이 두 역의 수준 차는 누가 봐도 명백해서 이 얘길 하는 건 이미 오래 전에 뉴욕의 클리셰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Penn을 짓누르고 있는 Madison Square GardenJavits Center 정도의 위치로 이전하자는 목소리도 높고, 이번에 새로 시 소유가 된 James Farley 우체국 건물을 활용해 크게 확장하면 답이 나올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구상이 90년대부터 있었지만, 아직 요원해 보인다.

생각보다 판이 좀 컸다. Brian 학교 친구는 나 포함해 두세 명 정도였고, 젊은이 대다수는 동네 친구, 그리고 친척들과 이웃들이 많이 찾아와 이층집과 정원을 가득 메웠다. 서너 가지 방법으로 구운 닭, 쟁반에 높게 쌓은 치즈버거, 수박을 갈아서 온갖 주스와 맥주와 보드카를 넣은 새빨간 음료수, 본식 식탁만큼 넓은 후식 식탁에 올린 색색가지 쿠키와 오레오, 두텁게 아이싱한 케익 등. 대도시 안에만 있어서는 잘 느낄 수 없는 진한 미국 교외의 맛들이 한자리에 모인 귀여운 한 끼였다.

그리고……. 저녁엔 시내로 돌아와 HG의 집에 고등 선후배들과 모여 뚜레주르 케익을 잘랐다. 미국의 치즈케익팩토리는 한국에 진출했고, 뚜레주르와 파리바게트는 미국에 들어왔으니, 돌직구 같은 색과 맛의 미국케익과 버스커버스커가 보세 옷 입고 빚어낸 것 같은 한국케익 간 수교를 이뤘다고 하겠다.

  1. Mamalade

    chappaqua 아니고?

  2. 김괜저

    헐 맞네 짜빠꽈. 더 귀엽다.

  3.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4.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