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공원에서 누워 있는 법을 배워서 알게 되었다.

여름이 시작되는 Memorial Day(전몰장병기념일) 오후, 묘지에 가서 기념음악회를 볼까 하다가 그냥 공원(Prospect Park)에서 죽치고 있기로 생각을 바꾸었다. 해 뜬 날 풀밭에서는 꽉 조여 있던 도시 사람들이 느슨하게 풀어진다. 공원에 가는 기쁨은 계곡이나 숲에 가는 기쁨과 달라서, 자연을 보고 냄새 맡으며 즐기는 것이라기보다 색색의 사람들과 어울려 잘 마련된 <분재화된 자연> 속에서 농축된 여유가 선사하는 사회적 기쁨을 만끽하는 것이다. 행복한 젊은 가정의 모습을 예쁜 유모차에 담아와 잘 보이는 곳에 펼쳐놓고, 색안경 뒤에서 서로의 익어가는 살갗을 맛보는 것.

한편 경복궁 야간개장 실황을 보니, 한국의 경우 많은 이들에게 그 사회적 기쁨이라는 것이 <내가 달밤의 궁에서 특별한 풍류를 즐기고 있소> 정도의 소박한 지점에서 자극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논다>는 구호를 채택하는 유학생들이 특히 많은 것도, 놀더라도 뭔가를 얻어야 한다는 강박이 연루됐을 것이다. 나 역시 이 강박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래도 나는 파리에서 공원놀음을 처음 배우면서 조금이나마 풀려난 것 같다. 가장 싸게 놀고 먹을 수 있는 방법이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터득했다. Buttes Chaumont에서 빵 뜯어먹으며 개 구경하고, 비에나 Prater 공원 꽃밭에 방사형으로 누워 새 구경했던 기억들이 베르사이유나 벨베데레 관람한 것보다 더 고화질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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