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처량하였도다.

직장에서 은행 일, 의뢰인 일, 서버 일, 인사 일 등 예기치 못한 일들이 동시에 발생해서 저녁이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다. 출근한 지 열 두 시간이 됐는데 전화기 전지가 70%나 남은 것을 보니, 오늘은 정말 일만 하긴 했구나. 조금씩 이 책상이 내 자리로 느껴지려고 한다. 군대에서 일병 달자마자 내 자리에 내 티를 묻히려고 무던히 애를 썼었던 것이 기억난다.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 두고, 책상에 고무판을 깔고, 문서를 크기별로 정리했다. 일 열심히 해서 모은 점수를 별나고 독한 놈 되는 데에 썼다.

그 때는 내 상황을 안전한 선 내에서 낭만화해 처리하였다. 달달하게 감상을 섞는 것이 도움이 많이 되었다. 물론 「전우들의 땀 냄새 화약 냄새」 그 따위 것은 아니었고, 그냥 처량한 기분에 푹 빠지게 두었다는 것이다. 흔한 일은 아니지만, 내가 스스로를 처량하다고 느껴도 좋을 때가 있다면 지금이라고 생각한 것 같다. 물론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계산이다.

  •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 김괜저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