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샌프란시스코를 떠난 지 이십육시간만에 뉴브런즈윅에 도착했다.

공항에서 가족 생각을 많이 한다. 출국이 주말이면 가족들이 인천까지 마중 나와서, 베니건스 마켓오나 한식당에서 비싼 밥을 먹는다. 동생이랑 커피를 두 잔 사 갖고 와서, 하나는 내가 마시고 하나는 엄마와 아빠가 나눠 마신다. 무게 초과된 가방에서 뽑아낸 운동화 한 켤레를 동생이 뻘쭘하게 들고 서 있다. 아빠는 좀 진솔한 느낌의 아들과의 대화 같은 것, 당부의 말 한두 마디 같은 것, 그런 걸 해 볼 틈을 애써 찾다가 결국 눈짓으로 넘어간다. 다들 머릿속으로 이번보다 슬펐던 이별의 순간을 찾아서 비교하면서 잠자코 있다. 나는 주로 좀 미안한 기분이 든다. 출국하는 입장에선 마음도 바쁘고 할 것도 많고 이래저래 헤어짐을 곱씹을 여유가 없지만, 영종대교 건너서 집까지 돌아가는 길은 아무리 동생이 애를 써도 자꾸 조용해지고 말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입대날 진주 신병교육대대에서, 잠깐 부르는 줄 알고 모였다가 그대로 입소하고 말았는데, 그게 슬픈 것보다 이제 엄마가 경부선 상행 타고 혼자 돌아가야 된다는 것이 미안해서 견딜 수가 없었던 것이다.

서울에 가지 않기로 한 첫 여름이 지나는데 날은 도움 안 되게 덥고, 슬픈 일로 돌아가는 길이 엿가락처럼 늘어나니까 감상에 젖는 것을 피할 수 없었다.

  1. 찬영

    마지막은 영화의 스틸컷 같네요 ㅎㅎ 미국 참 멋지네요.

  2. 이쌩

    이글 좋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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