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여름을 보낸다.

이사 준비를 하러 돌아다니다가 잠깐 Outpost Café 뒷뜰에서 졸고 있는 동안 앞 자리에서 모델 촬영이 있었는데, 새파랗게 입술을 칠하고 신나게 자세를 취하는 모습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여름이 끝나간다. 여름 내내 바쁘게 살았고, 진이 좀 빠지긴 했다. 방학 마지막 한 주는 최대한 비워 놓고 지내고 싶은 마음도 있었지만, 이렇게 된 바에야 불태우자는 충동이 항상 함께 자리하고 있어 계획을 더 넣고 일을 더 만들고 있다. 내 직장 정도가 아니라 내 사업처럼 임하며 자리를 잡았던 뉴저지 일도 학기 중에는 확실하게 기어를 한 단계 낮추기로 한다. 이렇게 지금 낮추기로 해도 얼마 안 가서 다시 슬그머니 올라가 있을 것이다. 야예 놓고 쉬는 방법은 에라 모르겠으므로 재밌는 일을 더 만들 것이다. 백지같은 새 방을 얻었으니 할 일을 만드는 건 누워서 떡 먹기다.

엄마에게 보내줄 신발을 사러 유니언스퀘어 DSW에 올라와 공원을 내다보는데, 육 년 전 처음 도착해서 마주한 광경 그대로다. 일학년 때처럼 차가운 초콜렛 한 잔 사서 영화 보러 가야겠다.

  1. jamssong

    허구한날 보던 유니언스퀘어가 참 안익숙하게도 보이네요. 근데 오빠 블로그는 오래간만에 와서 봐도 한결같이 재밌어요.

  2. 김괜저

    와 정말 오랜만이다 ㅎㅎ 유니언 스퀘어 지겨워서 사진을 거의 안 찍고 있었다는 게 갑자기 생각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