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종일 집에만 있었다.


환승역 주변에 살고 있다. 빠르지만 지루하고 묵묵하게 주요역을 향하는 통근선인 L과, 느리고 운행이 불규칙적이지만 지상구간이라 전화기 신호도 잡히고 시원하게 윌리엄스버그 다리를 건너는 M을 두고 아침마다 고민에 빠진다. 시간이 급하면 L, 심심함이 급하면 M.

오늘은 수업이 좀 늦은 시간이라 여유있게 집을 나서서 M 쪽으로 향하고 있는데, 선생님이 응급상황 수업 취소 통보를 보내왔다. 확실히는 모르지만 미숙아로 병원에 있다는 둘째 일이 아닐까 싶었다. 내가 쓴 단편을 물고 뜯는 날이었기에 아쉬웠지만, 갑자기 계획 없이 텅 빈 날이 반가웠다. 역에서 집으로 돌아오다보니 우리 집 옆 차고 문에 벽화가 생기고 있었다.

밀린 설거지 밀린 빨래를 하고, 자전거로 골목상권을 돌며 활기를 불어넣었다. 타코 맛있는 집에서 두 개 먹고, 티라미수 맛있는 집에서 하나 먹었다. 건조기 돌리는 동안 공원에서 책을 읽었다. 집에서 백 미터 거리에 세탁소가 다섯 군데나 있는데, 제일 가까이에 새로 생긴 집이 정말 깨끗하고 쾌적해서 거기에 돈을 드리고 있다. 밤에는 다소 흉흉한 우리 동네에 밤까지 혼자 새하얀 형광등 빛을 밝히는 곳. 건조기가 예의가 무척 바른데, 건조 시간이 끝나도 옷이 구겨지지 않게 몇 분에 한 번씩 빙글빙글 돌려 준다. 빨래 개면서 한국 예능도 보고, 방 공사도 거의 마무리했다. 꿀 같은 하루였다.

  1. B급

    내 방. 깨알같네요 ㅎ

  2. sunho

    최신 글들을 볼 때 마다 블로그 가로 길이를 조정하고 싶어지면 어쩌시려나 걱정합니다.
    물론 이글루스가 사라질 8년 후를 내다보고 미리 분류해 놓았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3. 김괜저

    8년 후에 뭐가 있나요?
    가로 길이는 예전에도 몇 번 조정했는데 사실 그렇게 큰 문제는 없습니다.

  4. Rose

    영상통화 하고 싶으면서 어찌 그래 주말은 계속 슝슝 지나가버린다. ㅠ_ㅠ

    잘지내고 있는거니? 보고싶구나 여긴 비가 오더니 더더욱 가을같은 날씨다

    지금 난 사실 강촌이야 출장차 왔는데 엘리시안에서 보는 하늘이 진짜 끝내주는구나

    지끈거리는 두통만 아니라면!

  5. 김괜저

    진짜 주말이 짧아서 뭐가 안 된다. 보고 싶구나!

  6. 천적

    실제로 내방현판 걸어도 재밌을듯. 구글 얼쓰에서 보고싶다ㅋㅋ

  7. 김괜저

    만들어서 걸까 진짜? ㅎㅎ

  8. 아무개

    비공개 댓글입니다.

  9.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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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아무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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